하리하라의 과학 24시

시리즈 즐거운 지식 23 | 이은희 | 그림 김명호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3월 7일 | 정가 13,000원

“하리하라”라는 이름이 무척 익숙하다. 초등 고학년 즈음 되면 만나게 되는 필독 도서이다. 워낙 시리즈가 많아서 정확하게 어떤 책이 리스트에 있었는지 잘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저 독특한 하리하라라는 필명만 기억날 뿐이다. 그렇게 시리즈가 많으니 참 박학다식한 사람인가보다 하고 생각했고 청소년 과학 도서로서 꽤 많은 인기가 있나 보다 하는 했다.

 

직접 읽어 보니 역시 유명한 책은 이유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선 재미있다는 점, 과학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은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 읽고 나면 조금은 유식해진 듯한 느낌이 들어 뿌듯하다는 점 때문이다. <하리하라의 과학 24시>는 초등 고학년에서 중등 1학년 정도까지 읽기에 적당하다. 읽으면서 책 한 권이 생각났는데,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이다. 비슷한 과학 쟁점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세바퀴…>가 조금 더 깊이 들어가고 직접적으로 쟁점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좀 더 높은 학년이 읽으면 좋겠다.

 

<하리하라의 과학 24시>는 아주 평범한 중학교 2학년 훈이의 일상을 따라간다. 그 일상 속 훈이의 호기심이나 행동 중 쟁점이 될 만한 것들을 뽑아 저자가 설명해 주는 식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6시 30분, 평소보다 30분 일찍 자명종 소리에 힘겹게 눈을 뜬다. 겨우 30분 일찍 일어났을 뿐인데 도저히 잠이 깨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하고 페이지를 넘기면 우리 몸 속의 생체 시계와 과학이 발달하며 무너진 생체 시계, 조상의 지혜와 오늘날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식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과학 지식을 설명해 주기도 하고 일부 몇몇 주제들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CCTV 설치의 찬반이나 줄기세포 문제 등은 이미 학교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토론 주제이기도 하다. 이미 해봤다고 해서 다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 많은, 다양한 시점과 사고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도 <하리하라의 과학 24시>는 매우 유익하다.

 

가장 눈여겨 읽었던 부분은, 과학의 발달이 과연 우리에게 유익하기만 할까…하는 주제들이었다. 우리 삶의 편리성을 위해 발전한 과학이 때로는 다시 우리에게 더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고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윤리적으로 허용해서는 안 되는 일 말입니다. “…68p

“수많은 입장이 복잡다단하게 얽힌 과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시각에서만 그 대상을 보기보다는 시야를 넓혀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도 있어야 합니다.”…246p

 

자연의 원리를 보여 주는 질소의 순환도 재미있게 읽었다. 분명 어디선가(아마도 학교 다닐 때가 아닐까 싶은데…) 읽었거나 배웠던 것 같은데 잊혀졌던 내용이다. 그것을 더 자세하게 아주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해주니 유기농이나 농민들의 노력 같은 것들이 더 와 닿았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의 대부분은, 돌이켜보면 사실 초, 중, 고를 거쳐 대학교까지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이라는 사실을 요즘 뼈저리게 느낀다. 몇 년 전부터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때 들어온 지식은 잠시 머무르다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노파심 담긴 잔소리를 자주 하게 된다. 지금 열심히 익히고 배워두라고. 과학자가 될 것도 아닌데 왜 과학을 배워냐 하냐고 과학을 싫어하는 우리 딸을 비롯해 많은 아이들이 묻는다. 왜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이다. <하리하라의 과학 24시>는 우리 생활과 관련된 주제들을 뽑아 쉽게 설명해 준다. 아주 평범한 학생의 일과를 따라가며 문제를 제기하고 설명하므로 아이들은 자신이 된 듯 일상 생활과 연결하여 과학을 쉽게 이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