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의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은 비룡소 문학상 수상 작가 최근옥이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독서레벨 3단계로 책읽기와 글쓰기에 길잡이가 되어 주는 동화여서
초3학년 이상부터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
책 제목을 처음 보고 저는 아이들이 장난으로 붙은 척하는 이야기일줄 알았어요.
하지만 11세 큰아이는 저처럼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아주 많은 상상을 하며 읽기 시작하더라고요.
아.. 저는 동심을 잃었어요~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은 기발한 상상력이 통하는 아이들세상의 이야기에요.
마치 말괄량이 삐삐가 조랑말을 번쩍드는게 통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처럼
어른이 제게는 마음이 조금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주는 이야기였습니다.
134페이지에 달하는 중간중간 재미난 삽화가 있는
초등고학년 친구들이 읽기에 적당한 글밥의 이야기글입니다.
주인공은 <세박자>입니다.
세명의 박씨 친구들이란 말이랍니다.
외모도, 좋아하는 것도, 성격도 많이 달랐지만 셋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금방 친해졌지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세 아이는 서로 말도 하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어요.
왜일까요?
아침 청소담당인 세박자는 청소를 하지않아 선생님께 꾸중을 듣습니다.
기웅이, 동훈이, 민수는 재빠르게 칠판 앞으로 뛰어 나와 칠판을 닦기 시작하다가..그만….
“으아악!”
학교가 폭발할 것 같은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선생님, 손바닥이 칠판에 붙었어요!”
“애들아, 우리 다 같이 힘을 모아 떼어 보자!”
아무리 해도 아이들 손은 칠판에서 떼어지지가 않아요.
곧, 기웅이, 동훈이, 민수의 부모님이 놀래서 학교에 오셨습니다.
할머니, 엄마, 아빠가 오신 민수, 방속국리포터로 일하는 멋쟁이 엄마가 온 동훈이.
그리고.. 학교까지와서 싸우는 엄마,아빠가 온 기웅이..
기웅이는 그런 엄마, 아빠가 부끄럽다고 생각하며
친구들의 부모님들을 부러워합니다.
아이들의 손을 칠판에서 떼어내기 위해 어른들은 갖가지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래도 떨어지지 않자 어른들은 서로 탓하기 바빠집니다.
칠판이 문제라고 말하자 칠판회사 아저씨는 바로
벽을 탓합니다. 학교건물을 지은 정튼건설의 변호사 아저씨는 바로 건물탓이 아닌
초기 대응을 늦게한 119 구급대탓을 합니다. 구급대 아저씨는 곧바로
정문 입구 좁은 골목에 차를 주차한 민수 아빠를 탓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안되자 어른들은 기가 막힌 방법을 동원합니다.
만능박사님이 왔다가, 굿을 하는 한복아줌마가 오고, 스님이 오고, 목사님이 오고….
아이들은 신경도 쓰지않고 각자 자기 생각만 옳다고 우기는 통에
교실은 한차례 더 큰 소동이 일어납니다.
동훈이 엄마는 단독보도를 위해 아들임을 밝히지도 않고 방송국 카메라를 가져옵니다.
어른들의 방법이.. 참 부끄럽네요. 아이들의 마음을 읽지못하고, 팔이 아플까? 배가 고플까..아무도 신경쓰지않고
서로의 주장만 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세아이들의 엄마인 나도..
아이들의 이야기는 귀기울이지 않고 내 생각만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보게되는 동화입니다.
온갖방법을 사용해도 떨어지지않던 손이..
달빛비치는 밤에 세아이의 손바닥을 누가 솜털로 살살 건드리는 것처럼 간질간질하더니
떨어졌습니다.
“그거였어?”
그리고 며칠뒤
뉴스속보를 듣게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 곳곳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웅이의 엄마, 아빠도 거실과 부엌 사이의 벽에 철썩 붙었습니다.
기웅이는 재빨리 식탁 의자 두 개를 엄마, 아빠 옆으로 옮겨주며 자기방으로 들어가
슬며시 방문을 닫고는 소리없이 해죽 웃으며 이야기는 끝이맺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사랑하는 동화작가다운 멋진 동화였습니다~
왜 아이가 연신 제게 진짜 재미있었다고 했는지 책을 덮은 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