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내 마음에 귀 기울여보세요

연령 9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4월 17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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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내 맘 같지 않다’는 말에 폭풍 공감을 할 때가 있다.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하고,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교실 안의 세 박자. 기웅∙동훈∙민수는 자신의 눈에 보인 것만 믿고, 내 맘대로 생각하고, 그에 따라 결론을 짓고는 스스로 골을 만들어 서로에게 등을 돌린다.

그래서였을까.

그들에게 닥친 위기는 그들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한 누군가의 장난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당번 활동을 소홀히 한 세 박자는 나란히 칠판을 닦기 위해 선다. 그러나 곧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바로 칠판에 그들의 손이 붙어버린 것이다. 교실은 흥미로움에서 두려움으로 변해가고, 학교와 부모님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왕좌왕 정신이 없다. 칠판에 손이 붙어버린 세 박자는 점점 다리의 힘이 풀리고, 어색하게 된 이후 처음으로 나란히 서게 된 그들은 불편한 자세만큼이나 마음 또한 불편한 시간을 보낸다.

서로의 교육관과 양육방식이 너무나 달라 다툼이 끊이지 않는 기웅이 엄마와 아빠.

아들이라면 나와 같이 강해야 한다는 무조건적인 이유로 씨름부로 밀어붙인 민수 아빠.

아들보다는 일, 아들의 고통보다는 새로운 사건,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살기 바쁜 동훈이 엄마.

 

가족들을 시작으로, 여러 기관에 속해있는 전문가들이 하나 둘 교실로 모이기 시작하면서 교실은 더욱 아수라장으로 변해간다. 아무런 변화도 없이 지쳐가는 아이들에게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새로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 많은 전문가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만을 나열할 뿐 분명한 이유도 방법도 꺼내놓지 못한다. 확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이들을 격리조치 하며 그들이 마치 많은 사람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단정짓기에 이른다.

​어른들이 각자의 의견만을 주장하고 내세우는 사이, 아이들은 발을 이용해 상대의 간지러운 부위를 긁어주며 자신이 숨겨왔던 마음을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왜 등을 돌리게 되었는지, 여러 겹으로 쌓였던 오해의 껍질을 한 겹씩 벗겨낸다.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과 어른들의 이기심 그리고 아이들 스스로의 해결 방법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데이빗 섀논의 「줄무늬가 생겼어요」이다.  카밀라는 아욱콩을 정말 좋아한다. 그러나 친구들이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싫어하는 척을 해야 한다. 카밀라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가 아주 중요한 아이이다.  카밀라가 등교를 앞두고 입을 옷을 걱정하는 동안 온 몸은 줄무늬로 가득 메워지고, 점점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변화된다. 곧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카밀라를 찾아온다. 그러나 카밀라의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갈 뿐이다. 카밀라의 해답은 친구들 앞에서 아욱콩을 자유롭게 먹는 것이다.

그럼 세 박자에게 해답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도 모르게 쌓였던 오해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친구로 받아들이는 마음인 것이다.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과 『줄무늬가 생겼어요』 속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모습은 아니었을까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들의 작은 실수에 당황하고 책임 추궁에 바쁘고, 해결보다는 내 감정에 휩쓸려 아이를 더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아이가 느끼는 불편함보다는 타인의 눈에 괜찮아 보이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서지는 않았는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버리는 자만심에 가득차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외모, 학습능력, 그의 부모님 등 외적인 모습은 꽤 크게 좌우한다. 그것을 보고 배운 그리고 느낀 아이들은 상대의 진정한 모습보다는 외적인 모습에 더욱 신경을 쓰고,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춰가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진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잃게 되고, 어른의 시선과 같이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믿고 의심하며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잃게 되는 크나큰 실수를 하게 된다.

기웅∙동훈∙민수 세 박자와 카밀라가 자신의 문제에 집중해서 해결점을 찾아갔듯이 진정한 나,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귀 기울여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