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서 풍기는 이미지에서부터, 이 책이 헐리우드풍 판타지 소설일 것이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실제로 이 책의 작가는 <그렘린>의 시나리오 작가이며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나 홀로 집에> 등의 유명 영화를 감독, <박물관이 살아있다> 등의 영화를 제작한 크리스 콜럼버스이다. 그러니 어쩌면 몇 년 후 <비밀의 집> 또한 영화로 제작되어 상영될지도 모르겠다.
책이 정말 많이 두꺼워서 아이들이 쉽게 이 책을 선택할까…하는 걱정이 들긴 했는데 표지의 이미지, 무언가 으스스하면서도 엄청난 모험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 그림이 호기심을 유발하는지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읽고 싶어 했다. 단권이 아니고 시리즈 2권짜리 책인데도 1권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점도 무척 마음에 든다. 물론 마지막엔 2편을 예고하긴 하지만 이야기를 하다 말고 끈낸 느낌이 아니라 완성 후 또다른 이야기를 예고하는 느낌이라서 오히려 2권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불러일으킨다.
편안한 삶을 살던 워커네에 불운의 그림자가 덮쳤다. 잘 나가던 외과 의사였던 아빠가 불가사의한 의료사고를 내고 빚더미에 앉아 워커네 가족은 떠돌이가 되었다. 새로운 삶을 위해 아빠의 고향,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 이들이 지낼 만한 집을 찾던 중 이들은 크리스토프 하우스를 만난다. 너무나 훌륭한 저택이지만 말도 안되는 가격에 나와있던 이 집은, 과거 무명 작가였던 덴버 크리스토프의 집이었다. 집에는 그가 모았던 가구와 더없이 훌륭한 서재가 있다. 그리고 그 서재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을 좋아하고 영리한 첫째, 코델리아와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서 자신의 남성성을 찾아가던 둘째 브렌든, 막내로 어릴 것만 같던 엘리너는 이 집의 비밀에 맞서 함께 한다. 부모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미지의 세계로 빨려들어간 이 남매는, 서로에게 의지하여 하나 둘 집의 비밀을 풀기 시작한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이들을 위협하는 바람의 마녀가 있고 끊임없이 이들의 이기심을 부추기는 사건이 터진다. 때문에 하나를 해결하면 또다른 사건이 터지지만 셋은 그 과정을 통해 서로에게 의지하는 법, 서로를 인정하는 법, 무엇보다 서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어렸을 적 우리 동네 연립주택에는 빈 집이 하나 있었다. 다락도 있고 옥상도 있던 그 집은 나와 내 친구들의 비밀의 집이었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나는 “비밀의 집”에 대한 환상이 있고 언제나 이런 집의 마법 같은 이야기들에 끌린다. 우리나라 아이들에겐 무척 낯선 환경일 것 같아 많이 아쉬운데, 이렇게 책을 통해서 지금 현재 아이들의 세계와 완전히 다른 듯한 세계를 상상하고 꿈꿀 수 있을 것 같아 무척 즐거운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