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주니어 대학 시리즈!
160페이지 가량의 얇은 책 안에 학문에 대한 내용, 관련 인물들, 진로와 관련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담고 있는 알찬 책이라 언젠가는 시리즈의 모든 도서를 읽어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볼 수 있다. 보통 시리즈물이 몇년 안되어 중단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다양성이나 연속성 뿐만 아니라 시리즈에 대한 나의 신뢰도도 떨어지는 느낌이라 계속 출판되고 있는 이 주니어대학 시리즈는 믿고 보는 책이다. 2012년부터 한 해에 2~3권씩 꾸준히 나오며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니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관심사도 담을 수 있어 살아있다고 느껴진다.
1. 심리학: 남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2. 문화 인류학: 인류학자가 자동차를 만든다고?
3. 신문방송학: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꾼다고?
4. 건축학: 로빈슨크루소가 건축가라고?
5. 약학: 신약개발의 비밀을 알고 싶니?
6. 법학: 악플을 달면 판사님을 만날 수 있다고?
7. 의학: 줄기세포로 나를 다시 만든다고?
8. 경제학: 대통령은 돈을 마구 찍을 수 있다고?
9. 디자인학: 디자인은 공감이라고?
10. 생명과학: 유전자에 특허를 내겠다고?
11. 식품학: 맛있는 음식이 문화를 만든다고?
12. 화학: 화학이 진짜 마술이라고?
13. 정치외교학: 내 한 표에 세상이 바뀐다고?
14. 사회 복지학: 너는 사람들을 도와주며 살고 싶니?
15. 문학: 너도 작가가 되고 싶니?
미래를 하나의 직업으로만 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마술사가 되고싶었지만 마술 기획자가 되었다는 사람처럼 그 직업과 관련된 다른 직업을 가지게 될 수도 있는 것이고 하나의 직업에서도 한 가지 지식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또한 지금 생각하고 있는 자신의 미래를 꾸준히 노력해서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분야를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며, 전혀 몰랐던 분야에서 흥미와 적성을 찾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어렸을 때 다양한 분야에 관심가지고 경험해보는 것인데, 직접 경험이 어려우면 이렇게 책으로 접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15개의 시리즈를 차근차근 읽어보아야하는 것이고, 이 시리즈가 앞으로도 이어졌으면 하는 이유이다.
이렇게 책의 형식적인 면 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이 책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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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히로가 온천장에 머물렀던 그 긴 시간동안 바깥 세상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고, 부모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치히로가 경험했던 일은 치히로의 기억 속에서만 생생한 채, 추억이 되고 만 것이다.
치히로의 흘러간 시간은 왜 현실에 반영되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공주가 100년동안 잠이 든 동안 성 안의 모든 시간이 멈춘 것과 같은 원리이다. 즉, 소녀가 정신적으로 자라나는 동안 세상의 시계는 잠깐 멈춘다. 이는 반대로 말해 정신적 성숙은 매우 짧은 찰나의 순간에도 이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96. 성장, 영원한 서사의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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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며,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보며 또는 다른 작품들에서 주인공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이 다른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는 않고 지나갔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정신적 성숙은 매우 짧은 찰나의 순간에도 이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보여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하다니 놀라웠다. 우리의 삶에 질문을 던져 우리의 삶을 낯설게 만드는 것, 문학의 역할이라고 했지만 우리가 가져야할 삶의 자세라는 생각이 들게 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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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는 가장 큰 기준점은 우리의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가 아닌가라는 데서 찾아야 한다. 즉, 우리의 삶을 조금은 낯설게 만드는 공기의 전환과 같은 것이 바로 문학적인 것의 밑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p27, 문학은 우리의 삶을 낯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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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3부. 문학, 뭐가 궁금한가요 에서는 10가지의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와있다.
창작에 필요한 자세는 어떤 것인가요? 어떻게 연습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요? 작가들은 글의 소재를 어디서 어떻게 구하나요? 어느 순간 영감이 와야만 글을 쓸 수 있을까요?와 같이 글을 많이 쓰며 꿈을 키워가는 문학소녀가 할 법한 질문에서부터 문학의 영향력은 얼마나 강력한가요? 좋은 문학과 나쁜 문학을 나눌 수 있나요? 미래의 문학은 어떤 모습일까요? 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이나, 문학을 전공하며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나요? 작가는 시인과 소설가만 일컫나요? 어려운 문예사조가 문학공부에 꼭 필요한가요? 와 같은 실제적인 질문까지 다양한 질문을 통해 문학과 작가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이런 질문을 보며 핵심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을 짧은 호흡으로 접하게 될 뿐 아니라 질문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이라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기대해본다. 앞으로도 꾸준히 시리즈를 내주었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