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에 꽂혀있는 <모모>를 보며 다시 시간 내어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었지만 새로 쏟아지는 책들을 읽어대는데 치여 여유롭게 <모모>를 읽을 수 없었답니다.
그러던 차에 또다시 비룡소에서 국내 150만부 판매를 기념에 블랙에디션으로 새로 장식된 <모모>를 만날 수 있다기에 몹시 기대를 품고 만나게 되었답니다.
무언가 의미할 듯한 표지 그림을 보면서 어렴풋이 읽었던 내용을 기억하려 하였지만, 모모와 회색 신사들 그리고 시간의 중요성 정도의 단어밖에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책을 읽고 나서야 잊고 있던 거북 카시오페아를 기억해 내었습니다.
전작 책 마지막 거북 등에 끝이라 적어놨던 강렬한 마무리를 재미있게 읽고서도 짐작해 내지 못한 제가 참 한심하더라고요.
오랜만에 꽂혀있던 책을 뽑아 보니 책 옆에 2005년 7월 7일이라 적혀있네요.
아마도 드라마 김삼순을 보면서 덩달아 책에 관심이 생겨 구매해서 읽었던 것 같아요.
모모란 이름은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라는 노래 가사에서 처음 들었었는데, 후에 찾아보니 이 노래의 모모는 다른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이었더라고요.^^;;
책을 펼쳐 보니 인상깊었던 곳곳에 밑줄 그은 흔적이 남아 있고, 이 책을 읽었던 시간으로 되돌아가 잊고 있던 추억을 되새기기도 하였답니다.
그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비룡소 걸작선 013 초등학교 5학년부터란 타이틀이 이번에는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아이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여기서 나타나나봅니다.
내용의 깊이도 깊이지만 4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두께 때문에 초등 고학년이라도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학년이 제시되고 나니 내년 5학년이 되는 녀석과 꼭 읽고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는 욕심이 앞섰습니다.
한페이지를 꽉 채운 그림..
노란 표지 예전 책, 글을 쓴 미하엘 엔데가 직접 그린 삽화입니다.
화가인 아빠, 엄마의 영향을 받아 글, 그림, 연극 등 여러 예술적 활동에 능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내용도 의미깊게 다가왔지만 그림이 인상적이었기에 특히 표지 그림 속 모모가 정말 기억에 남았었답니다.
이번 블랙에디션 책에 또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미 내용의 가치는 알고 있었지만 이번 책에서는 그림을 다른 작가가 그렸다는 책 소개였기 때문입니다.
전면을 꽉꽉 채운 미하엘 앤데의 그림과 달리 좀 작게 표현되긴 하였지만 강렬한 표지 그림과 같이 색다른 그림들이 또 다른 느낌을 주더군요.
같은 책이지만 두 권 다 소장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옛 원형극장터에서 치렁치렁한 치마에 헐렁한 남자 웃옷을 걸치고 짝짝이 신발을 신고 있는 모모는 어디서 왔는지 몇 살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소녀랍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모모를 좋아하고 자주 찾아갔어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법도 싶은데, 마을 사람들 자체가 몹시 착한 사람들임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모모가 특별한 카운셀링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주며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 때문에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던 것 같습니다.
듣기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실천하기는 참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모모의 능력이 더욱 대단함을 알 수 있었어요.
아이에게도 늘 말하기보다 듣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하는데, 모모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도시에서 회색 신사들이 나타났어요.
사람들에게 시간을 절약해 저축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회색 신사들의 말에 사람들은 하나 둘 시간을 아끼기 시작했고, 결국 즐거움과 휴식이 사라져 행복한 시간들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모모와 등에 글자를 내보이는 거북 카시오페아, 호라 박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포인트지요.
언제나 없는 거리, 아무 데도 없는 집 등의 설정도 정말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어요.
회색 신사들.. 악역을 맡고 있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었던 까닭은 제 자신이 회색 신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여유’인데, 시간을 아껴써야 한다고 닥달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엄마인 저인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알차게 시간 활용을 다 하였다 하더라도, 남은 시간은 또 다시 저로 인해 통제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열심히 시간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그 길이 꼭 바른 길이라 할 수도 없을 터인데..
요즘엔 우리가 아는 상식이란 것이, 예의란 것이, 역사란 것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일까 의구심을 갖게 되는데..
부모가 마음대로 기준을 정해 두고 그 것에 맡는 계획을 따를 시에만 시간을 바르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또한 삶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거늘,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다시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책 뒷부분에 나오는 견딜 수 없는 지루함에 대한 부분은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분량에 비해 쉽게 읽을 수 있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시간을 두고 생각하며 읽기를 권하고 싶어요.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청소년은 청소년 대로, 어른은 어른 대로 각자의 시간에 맞는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