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봄, 연일 이어진 황사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가까운 헌인릉 나들이를 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이와 함께 차에서 내리는데 익숙하지만 흔히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들었다.
단번에 소리의 주인공을 떠올릴 수 있었는데, 어릴 때 만화나 책에서나 보아왔던, 실물은 본 적 없는 미지의 대상.
바로 딱따구리의 소리였다. 아이는 처음 듣는 소리에 의아해 했고, 아직 아기티를 벗지 못한터라 딱따구리에 대해 쉽게 떠올리지 못했었다.
책장을 넘기며 그 때 그 따스했던 봄, 적막을 깨고 울려퍼졌던 딱따구리 소리를 떠올리며 아이와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121503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던 나는 관찰 대상을 그려 결과물로 제출할 때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그려야 함을 알고 있었다.
이 책은 학부 때 기억이 떠오를만큼 사진처럼 사실적인 삽화가 매우 인상적인 책이다.
표지를 넘기니 나뭇가지에 앉은 딱따구리 부부의 모습이 담겨 있다.
책은 저자가 실제 두 달간 숲에 머물며 관찰한 딱따구리 가족의 한살이를 굉장히 사실적으로 담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자연다큐멘터리를 본 듯 둥지 만들기부터 출산, 양육, 천적 그리고 새끼들의 독립 과정을 순서대로 설명하였다.
그리고 한살이 과정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백과사전 마냥 딱따구리에 대한 궁금한 점들, 오색딱따구리 외에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9종의 딱따구리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딱따구리가 나무 둥지를 파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것인지,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종의 딱따구리가 서식하는지 미처 몰랐었다.
유아부터 초중학생들도 읽으면 좋을 책.
다가올 봄에는 아이와 함께 작년 봄, 딱따구리 소리를 들었던 그 곳으로 가 우리가 책에서 만났던 딱따구리 부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누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