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관찰책 읽다가 가슴이 뭉클해진 것은 처음이다.
과연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 걸까?
부모라는 단어에 ‘희생’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어야 하는 것일까?
고민 하던 요즘이라 이 책이 더 뭉클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다보니,
‘나’가 아닌 누군가의 ‘아내’, ‘엄마’, ‘며느리’로 살아갈 때가 많다.
그 역할이 행복하면서도
때로는 벗어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나에게,
‘빨간 모자를 쓴 딱따구리야’의 그림책은
가슴 한켠에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아이들은 딱따구리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주목해서 보는데,
나는 딱따구리 암컷과 수컷이 만나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과정에 초점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느끼며 한 장 한장 책장을 넘겼다.
현재 물들숲 그림책은 12권까지 나와있고,
2권 ‘호박이 넝쿨째’를 그린 이지현님께서 ‘빨간모자를 쓴 딱따구리야’를 그리셨다.
호박이 넝쿨째 책에서 이지현님의 소개를 살펴보면
한국화를 공부하던 대학시절 단원과 겸재의 ‘초충도’를 보고 반해 버려 우리나라의 작은 풀들을 한국화로 옮겨야겠다고 결심했다는 부분이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책 ‘빨간모자를 쓴 딱따구리야’역시 한국화의 느낌이 물씬 느껴진다.
물들숲 그림책이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보자.
-책 제일 뒷 면에 기재되어 있는 면을 옮겨본다.
<물들숲 그림책>
물들숲 그림책은 생명의 한살이를 담은 생태그림책 꾸러미입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고 계절에 따라 많은 생명이 살고 또 죽기도 합니다.
수많은 생명은 어떻게 태어나 자라고 또 목숨을 다할까요?
사라져 가는 황새, 따오기, 반달가슴곰, 여우 들을 되찾겠다고 애쓰는 오늘날입니다.
사라져 가는 생명만큼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명 또한 소중합니다.
흔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곤충 한 마리가
계절에 따라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는지 아는 것이 자연과 친구가 되는 첫걸음입니다.
물들숲 그림책은 흔한데도 관심이 없어 낯선 생명의 한살이와,
그 둘레에서 같이 살아가는 생명도 보여 줍니다.
한 생명이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생태와 성장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어
어린이들이 자연과 더욱 친해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사라져 가는 생명만큼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명 또한 소중합니다.’이 문구가
참 따뜻하다.
행복의 의미를 가진, 지천으로 널린 세잎클로바 사이에 행운의 의미를 가진 네잎클로바를 찾기위해
열혈을 기울이 듯, 흔해서 가까이 있어서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한 것들의 가치에 대해 일깨워 준다.
아마, 지금 산속 계곡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산은 봄을 맞이 할 준비를 하고 있겠지.
꽃샘추위가 몰렸왔을 때, 어디선가 탁 탁탁 탁탁탁 타닥타닥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가 들린다.
책을 보면 ‘탁 탁탁 탁탁탁 타닥타닥’이라는 글자들이 나란히 있는 것이 아니라 음표마냥 위아래로 배치되어 읽기만 하여도 리듬감이 느껴진다.
빨간 모자를 쓴 수컷 오색딱따구리
머리에 빨간색이 없는 암컷 딱따구리
이 둘을 짝짓기를 한다.
하루에 몇 번이나 나무를 쪼아 댈까?
만 번이 넘머, 세상에 뚝딱 되는 일은 없지.
만 번의 정성이 모여 나무가 조금씩 파이는 거야.
아래쪽으로 더 파 내려가는 거야.
얕게 파면 아기 새가 떨어질 수 있거든.
부러진 나뭇가지는 처마 역할을 하는 것임을 새롭게 알게 된다.
딱따구리의 지혜에 감탄을 하며 감상한다.
암컷은 알을 낳고, 임수는 번갈아가며 알을 품는다.
밤에는 천적이 많아 힘이 쎈 수컷이 둥지를 지킨다고 한다.
아빠 엄마 딱따구리가 쉴 새 없이 먹이를 물고 오고 아기 새들을 쑥쑥 자란다.
붉은매새매가 아기 새를 낚아채려 하자 아빠 딱따구리가 자신의 목숨을 던지며 지킨다.
더 이상 둥지가 안전하지 않음을 깨달은 딱따구리는
아기새들이 스스로 날 수 있도록 먹이를 보여 주고 그냥 가 버린다.
드디어 아기 새는 힘차게 날아오른다.
딱따구리 부부가 아기새들을 키우는 과정이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새삼 깨달았다.
자신의 부리로 더 깊이 더 깊이 나무 속에 둥지를 만들고
번갈아 가며 알을 품고
새끼가 나오자 번갈아가며 먹이를 구해와서 먹이고
천적이 나타나면 내 몸을 바쳐 아기를 지키고
아기가 자립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뒷 페이지에는 오색딱다구리의 한살이와
우리나라 딱따구리에 대해 나와있다.
이 책을 감상하는 동안
아이들에게는 ‘오색딱따구리’의 대해 살펴보는 유익한 시간.
엄마에게는 ‘부모의 역할’에 대해 되새겨 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