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 보이는 언덕 위의 집이 달빛을 받아 따스하게 느껴진다. 《한밤중 달빛 식당》은 환상성과 재미, 감동까지 모두 잡아낸 작품으로, 제7회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했다.
‘달빛 식당’이란 한밤중에 집을 나온 아이가 향하게 되는 곳이다. 술에 취한 아빠는 들어오지 않고 엄마는 있지도 않은 아이. 춥고 배고픈 아이는 노란 불빛이 등대처럼 반짝이는 달빛 식당에 다다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여우 두 마리가 요리를 하고 있다. 목소리가 걸걸한 걸걸여우는 첫손님을 환영한다 말하고, 긴 속눈썹을 깜박이는 속눈썹여우는 메뉴판을 내민다. 아이는 돈이 없다고 말하는데 여우는 괜찮다고 말한다. ‘나쁜 기억’ 하나면 된다고.
문득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깜빡. 눈이 부셔 일어나보니 집이다. 벌써 기억을 잃은 것이다. 그렇게 아이는 기억과 맛있는 음식을 바꾼다. 단지 배부름의 유혹이 강해서만은 아니다. 아이에게 그 기억은 충분히 ‘나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는 자기가 기억을 잃은 줄도 모른 채 다시 식당으로 향한다. 뒤이어 다른 아저씨도 들어온다. 술주정을 부리며 특별한 음식을 주문한 아저씨는 눈물 방울로 계산을 대신한다. 탁자 위에 떨어진 눈물방울은 차디찬 구슬 얼음으로 변한 상태다. 여우는 ‘아주 예쁜 기억’이라 말하지만 아저씨는 ‘나쁜 기억’이라 말할 뿐이다. 그때 아이는 냉동실 안에 들은 얼음상자들을 발견한다. 자신의 이름이 붙은 상자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날 아이는 음식을 먹고 두 개의 기억을 내놓는다.
한 번 계산해버린 기억은 완전히 삭제되어서, 아이는 무슨 기억을 잃어버렸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런데 아이는 의아함을 느낀다. 나쁜 기억을 잃어버린 건 분명한데, 더 행복해지지 않는 것이다. 선택은 손님의 몫이라며 다만 주문을 받을 뿐이라는 여우. 아이는 다시 식당으로 향한다.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
기억을 되찾은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 아빠와도 진심으로 소통하게 된다. 기억 삭제와 관련한 영화는 많이 있었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작품은 처음 접한다.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아이처럼, 우리 아이도 삶 자체를 끌어안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으로 자라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