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색 물고기, 좀비, 거짓과 유혹, 폭력으로 누그리고픈 질투와 분노. 지구아이 속 상징코드들은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맞딱뜨리게 되는 어쩔수 없는 어둠과 차가운 현실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그것이 세상이고, 따뜻함 보다는 어쩌면 차가움이 더 오래 기억되고 더 크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에선 그것이 피할수 없는 삶의 과정들이라면, 그 안에서 나 대로, 밝아질, 다채로운 길들이 또한 만들어질 것임을 책은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하다. 세상을 떠난 등반대원의 아들이 세상의 모든 산들을 올라보겠다는 꿈, ‘정 많고 헤픈’ 친구의 용서 같은 것이 그랬다.
노인이 손에 상처가 나도록 돌을 쓰다듬으며 온기를 주고 둥글게 하고픈 마음처럼, 지구아이는 화, 슬픔, 좌절이 누그러지고 다시금 생의 회복력을 키워내보자고 응원하는 것 같다.
자신만의 색깔과 문체로 첫 자식같은 작품을 내놓은 최현주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