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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8년 6월 1일 | 정가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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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장편소설. 비룡소

 

각자의 결핍으로 세상은 따뜻해 진다.

책을 다 읽었을 때 ‘결핍’때문에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왜 ‘결핍’일까?

나는 결핍은 희망에 대한 ‘여지’를 남기고 그 ‘여지’는 우리를 돌보게 하고

우리 주변을 돌아보기 하는 ‘여백’이라 생각한다.

보잘것 없고 아픈 결핍들이 의도치 않게 우리의 관계를 완성하는 건 아닌지..

이 책을 읽은 후기다.

 

잘못한 사람에 대한 내 잣대의 기준은 ‘완벽’을 요구한다는데 있다.

나조차 완벽하지 않고 늘 실수투성이에 때론 사람들에게 아픔도 주고 상처도 주면서 그것이 ‘법’이나 ‘상식’의 틀을 벗어나면 여지없다.

냉소적 실랄하게 비판만 해대는 내 모습이 갇혀있는 한국사회의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 하티와 진주때문이었다. 월급이 허무하게 사라진 뒤에야 장미는 돈의 무게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았다. 돈은 숫자가 아니라 두툼하게 잡히는 자존심이었다. 제대로 일했다는 증거, 사람처럼 살았다는 확인. 진주에게 불평도 좀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그걸 위해서라도 장미는 여기서 쫒겨나지 않을 참이었다. P15

 

– “방송 자체가 아니라 접근하는 인식 문제를 말하는 거에요.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인데, 헤어져 있던 친척이 아니라, 평생 자기 존재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잖아요. 만남의 감동보다 물오보고 싶은 게 먼저인 사람들, 가치관도 가족에 대한 인식도 우리식이 아닐 테고, 그 아이들을 키운 음식도 달랐어요. 아마 한국이라는 생각을 갖기도 어려울 걸요. 언어 소통조차 어려운 그들에게 섣부르게 우리식의 것들을 주입하려는 건 이기심이에요. 그들이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을 때까지, 중요한 건 가족으로 줄 긋기보다…..” P116

 

– 사과도 모라랄 판에 밥 내놔라 돈 내놔라. 할머니한테나 하던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설령 가능한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그렇게 해도 될 것 같은 사람이라.

P160

 

– 그들이 결혼하든 결별하든 장미에게 중요한 건 그 문제가 아니었다. 자기가 그렇다고 믿었던 게 사실은 그렇지 않아서 혼란스럽고 이번에도 멋대로 믿어 버리고 말았던 자신에 대한 불신이 문제였다. 이번 경우는 짐작이 틀렸다고 해도 별 문제가 될 일은 아니었으나 장미는 자기 함정에 빠진 듯한 기분을 또 맛보고야 말았다. 아빠는 엄마를 찾아서 돌아올 거라고, 엄마는 돈 벌러 떠난 거라며 어린 손녀의 눈물을 닦아 주던 할머니가 ‘새끼가 이뻐야 어미 아비가 붙어산다’소리를 처음 하던 날부터 그랬다. P164

 

– 도착이라니, 픽. 웃음이 나왔다. 물건 몇 개 넣어둔 지하도 보관함이 집도 아닌데, 겨우 그런 것들도 돌아가야 할 이유가 된다. P177

 

– 따지고 보면 청소부는 고모보다 먼 사람이었다. 내가 미쳤지, 라는 말처럼 언제든지 정신 차리고 타인이 될 수 있는 사람. 그녀가 언제 돌아서든 상관없으려면 경계심을 가져야만 했다. 그게 언제든 덜 힘들게 괜찮을 수 있게. P199

 

– 청소부가 식탁 귀퉁이에 놓였던 쪽지를 집어 들었다. 밤에 하티 분유를 타던 중에 장미가 적어 놓은 거였다. 제가 너무 나쁜 애라서 정말 죄송해요. 청소부가 마음을 푸고 용서해 주기를, 모든 걸 눈감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적은 거였다. 경찰에 연락할 줄 알았으면 남기지 않았을. P232

 

 

“넌 나쁜게 아니라, 아픈거야.”라고 말하는 책

우리는 나쁜 사회에 사는 것이 아니라 아픈 사회에 사는게 아닐까?

나쁜 사람이 많은 나쁜 사회가 아닌 아픈 사람이 많은 아픈사회

그 ‘아픔’을 치유해 주는게 아니러니 하게 ‘결핍’이란 생각을 하며

하염없이 눈물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