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시골 출신이다.
웬만한 들꽃 이름은 다 알고,
정원수가 아닌 나무 이름도 꽤 안다.
이런 엄마 영향을 받아서인지 우리 아이는 자연을 좋아라한다.
반에서 아이들이 다 모르는 들꽃이름을 맞춰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
그래도 아이에게 시골 오솔길의 정서가 없다는 건 늘 안타까웠다.
비룡소 “자연은 가깝다” 시리즈 중 한 권이다.
[학교 뒷산에 오솔길이 있어]다.
아기 고라니 세 마리와 엄마 고라니가 주인공이다.
엄마는 아기 고라니들을 데리고 물을 마시러 마을 가까이 내려가고,
오솔길을 걸으며 연한 잎을 따먹는다.
오솔길을 걸으며 만나는 오소리, 어치, 직박구리 친구들도 반갑다.
헌데 새끼를 숨겨놓은 풀숲에서 새끼 고라니 한 마리가 사라진다.
엄마 고라니는 새끼 고라니 생각에 밤새 운다.
시골에서 자면서 밤에 아주 무서운 소리가 가끔 들리는데
그게 대부분 고라니 울음 소리다.
먹이 찾아 민가로 자주 내려오기도 하고,
민가로 내려왔다 차에 치이는 사고도 많아서다.
산에서 살면 사실 아무 문제 없는 친구가 바로 멧돼지다.
하지만 농사꾼들에게 멧돼지는 폭군 그 자체다.
한 해 잘 지어놓은 농사를 멧돼지가 밤새 다 파헤쳐 망쳐놓기 때문이다.
엄마 고라니도 멧돼지가 새끼 고라니를 해친 게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다.
이야기는 새끼 고라니 다시 돌아오는 해피엔딩으로 끝이난다.
하지만 현실은 로드킬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골길을 운전하고 가다보면너무 작은 새끼 고라니가 겁도 없이
찻길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걸 자주 보게 된다.
아차 하고 뛰어들면 차에 치어 죽는다.
그래서 시골에서 자다보면 밤새
새끼 잃은 어미 고라니의 슬픈 울음을 들어야 한다.
오솔길에서 만나는 동물들
오솔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도 소개돼 있다.
사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동물 이름, 나무 이름, 풀이름을 하나 더 아는 게 아니다.
오솔길을 함께 걸었던 사람, 그 사람과 나누었던 이야기 같은 것들이
아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굳이 오솔길이 아니어도 좋다.
그냥 아이 손 잡고 공원에 나가도 좋고,
아파트를 걸어도 좋다.
낙엽도 줍고,
뜰꽃을 꺽어 꽃다발을 만들어도 좋다.
그러다 보면 떨어진 은행은 만지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것도
자연스레 알게 될 일이다.
아이랑 함께 주운 낙엽을 책장 사이에 끼워뒀다가 코팅을 하면
멋진 책갈피도 만들 수 있다.
자연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걸 누리며 사는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것!
그게 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