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칼데콧 대상작
안녕, 나의 등대
소피 블랙올 글그림/ 정희성 옮김/ 비룡소
세로로 길쭉한 판형의 그림책,
무려 2019 칼데콧 대상작에 빛나는 <안녕, 나의 등대>를 만났어요.
반짝이는 불빛의 표현이 참 멋있고 제목에 쓰인 글자 자체에 예술적 감성이 뿜뿜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마음이 편안해지고 정화되는 그림과 ‘등대’라는 old and good의 느낌에 향수까지 더해지는
말랑말랑한 기분을 선사하는 그림책입니다.
우리도 바닷가에 가면 오래된 등대, 예쁜 외형의 등대, 이야기가 있는 등대,
또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등대에도 주의 기울이며 사진도 찍곤 하죠
들어가보고도 싶어하고요
등대의 기능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면서도 <안녕, 나의 등대>을 읽고 나면
많은 것을 몰랐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왜 ‘등대’에는 아련한 감성이 묻어나는 걸까요?
등대지기는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동그란 방을 생활에 맞게 구성해 놓았어요
바다를 지키는 등대에 거주하는 등대지기,
그 삶은 외로운 게 아닐지 걱정이 되었는데 바다를 바라보고 등대와 함께하는
등대지기의 삶은 외로움 삶의 고단함과 퍽퍽함 보다는
더 많은 것을 가슴에 남게 해 줍니다.
<안녕, 나의 등대>의 표지 종이를 살짝 걷어내면 또 다른 그림이 있답니다.
낮의 등대에서 밤의 등대로 바뀌었네요
잔잔한 바다에서 거친바다로 바뀌었고요
그런데 등대지기는 낮에도 서 있고 밤에도 서 있어요
거의 한 몸처럼요
<안녕, 나의 등대>는 뒷 면지에 ‘나의 등대 이야기’라고 해서 작가가 등대에 반하게 된 계기와
등대와 등대지기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적혀 있는데요
그 내용이 그대로 그림책에 들어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말이죠, 모든 페이지의 그림이 심쿵합니다.
분명 책인데 실제로 바다를 눈 앞에서 보는 느낌이 드는 거죠
바람이 지나가는 모습, 갈매기의 지나가는 자리…
…여기에요!
…여기에요!
여기 등대가 있어요!
등대는 늘 바다 위에 서서 말해주고 있어요
등대지기는 등대를 지키면서 등대와 한 몸 같으면서 또 등대지기의 특별한 역할도 있어요
여러 가지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지만
밤 사이 조난 당한 이들을 구하기도 했고 목숨도 잃기도 했다고 해요
거친 검은 밤바다는 위력이 대단하죠
그리고나선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한 바다
사람들은 바다를 왜 사랑하는 걸까요?
별똥별이 떨어지는 아름다운 밤하늘과 얼어붙은 바다, 오로라가 찬연한 어느 날
거기에 어울러지는 불빛
등대는 늘 거기 서 있죠
…여기에요!
…여기에요!
여기 등대가 있어요!
그리고 등대지기도 늘 함께해요
등대지기의 등대에서의 삶은 녹록치 않지만 그만큼 애정이 묻어나는 시간이었을 거에요
오랜 시간 동안 이어온 등대와 등대지기의 삶,
어쩌면 한 인간의 삶 자체가 되는 감동이 어려 있는 <안녕, 나의 등대>
쉬지 않고 끊임없는 변화하는 바다와
등대
그리고 등대지기
아름다운 이야기에 어울러지는 감성적인 그림에 마음이 뭉클해지는 놀라운 시간을
선사하는 <안녕, 나의 등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