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9년 10월 31일 | 정가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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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내가 굉장히 좋아하던 소설중의 하나이다. 외딴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남아 섬 곳곳을 다니며 치열하게 생존해나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그 어린 나이에도 마음을 쏙 뺐겨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로빈슨 크루소는 ‘아주 어렸을 적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책’ 중 한 권으로 내 기억속에 남아있었다. 워낙 잊을 수 없을만큼 강렬한 이야기니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도 로빈슨 크루소의 줄거리는 대부분을 기억했고 그리하여 초등학생 시절 이후로 이 책을 다시 읽어본 적은 없었다. 읽지 않아도 대부분 기억이 났으니 말이다.
그리고 근래에 비룡소 클래식으로 나온 ‘로빈슨 크루소’ 책을 접했다. 분명 이렇게 두껍고 글밥이 많은 책이 아니었던 것만 같은데, 내 손에 들려진 책은 상당한 두께의 책이었다. 내가 초등학생때 읽은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는 분명 이 책의 반도 되지 않았던 분량인데 말이다. 얼마 전 ‘비밀의 화원’의 클래식 버전을 읽으면서 너무나 감탄하며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두꺼운 분량이 전혀 부담이 되진 않았다. 도대체 내가 어린 시절에 읽지 못한 이야기가 얼마나 더 많이 있다는 건지 오히려 흥분과 궁금증이 앞섰다. 설렘과 흥분의 상태로 책을 읽어 나갔고, 역시나 깨달았다. 지금까지의 나는 진짜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읽지 않았던 것이구나. 하고 말이다.
실은 지금도 우리집 책장에는 초등학생용으로 나온 로빈슨 크루소나, 쉬운 영어로 된 영어버젼 로빈슨 크루소, 만화로 된 로빈슨 크루소까지 다양한 로빈슨 크루소 책들이 책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 책들을 다 읽어본 나였기에 그간 나는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아주 많이 읽어왔고, 잘 안다는 착각 속에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이렇게 클래식 버젼으로 된 ‘진짜’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읽고 나니 이 클래식 버젼을 더 일찍 읽어보지 못한 지난 시간이 굉장히 아쉬웠다.
로빈슨 크루소를 다시 읽는다는 말을 하면 혹 누군가는 ‘그 책 어릴때 안 읽어봤어?’ 하고 물어볼지 모른다. 허면 꼭 ‘로빈슨 크루소’의 클래식 버젼을 다시 읽어보라 권해주겠다고 백번을 다짐했다. 세계 명작과 유명한 고전들이 오래 사랑을 받고 어린아이들에게 널리 읽혀지는 만큼, 우리 주변에는 ‘아이들을 위해’ 변형된 혹은 축약된 버젼의 책들이 너무나도 많다. 물론 이런 책들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 읽기 능력이 아직 저학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초등학생에게 이 책을 무턱대고 읽으라 준다면 아마 그 아이는 ‘고전’에 손사래를 치며 거부감을 보일지 모른다. 아이들에겐 아이들이 읽을만한 단계의 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아이들도 과거의 나처럼 변형 혹은 축약된 책을 읽고 이미 그 책을 다 읽었다고 치부해버리며 더 이상 원작을 찾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할 사람은 어른들이다. 부모가 먼저 이 책을 읽어보고, 진짜 이 책의 매력과 진가를 찾아보면 좋겠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유해줬으면 한다. 어린이용으로 나온 책을 읽어보고, 그 후에 진짜 작가가 쓴 원작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도 읽어보았으면 한다고 말이다.
나는 이 ‘로빈슨 크루소’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그간 내가 읽어서 알고 있는 내용 외로도 새롭게 등장하는 이야기와 상황, 배경지식들이 더욱 풍부하여 좋았다. 게다가 흔히 생각하는 ‘모험과 생존’의 이야기보다도 인간이 극한 상황에 도달하여 사유하고, 고뇌하고, 판단하고, 생각해 나가는 그 성장의 과정들이 참으로 인상깊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오름과 동시에 새롭게 책의 숨겨진 의미들을 찾아가는 그 자체가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2학기 들어 우리반 아이들에게 초등학생용 세계 문학 책들과 클래식 버젼 책들을 동시에 학급문고로 구입해서 비치해주었다. 작은 아씨들, 소공녀 세라, 빨간머리 앤, 보물섬, 지킬박사와 하이드 등과 같이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그림과 글이 적절하게 섞인 초등학생용 버젼을 구입해 주었고 역시나 아이들에게 반응이 참 좋았다. 아이들에게 클래식 고전으로 함께 있는 작은 아씨들 책을 보여주며 이 책이 작가가 쓴 원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소개해 주었다. 아직 너희에겐 어려울 수 있으나, 쉽고 짧은 내용으로 줄인 이야기를 읽어보고 나서 이 클래식 버젼을 읽어보면 훨씬 쉽고도 새로운 맛이 있을거라며 적극 권해주고 있다. 아이들은 아직 선뜻 도전은 하지 못하고 있으나 저희가 읽은 이야기의 클래식 이야기를 굉장히 흥미로워 하며 읽어보고 싶어 했다.
클래식 시리즈는 가정에서 구비해두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상기하면서도 그간 알지 못했던 책의 진짜 의미와 색다른 묘미를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아이들에게는 전 세계적으로 오래 사랑받아온 진짜 문학의 매력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자 발판으로 자리할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를 시작으로 앞으로 어릴 적 읽어본 세계명작들의 클래식 버젼을 좀 더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나부터가 클래식을 접하며 아이들에게 고전 클래식을 적극적으로 권해주는 연결 다리가 되어주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