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하루의 모습을 담은
평범하고도 평화로운 그림 한 폭이
인상적인 표지인 이 그림책.
비룡소의 신간, <살아 있다는 건>은
삶에 대한 평범하고도 소중한 가치에 대해
여러 정의를 내려보기도 하고
철학적인 고찰을 끌어내기도 하는 그림책이다.
놀라웠던 것이, 이 책을 쓴 작가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주제가를 작사하고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라는 것.
시인이 그림책의 글을 썼다는 것에
더욱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되었다.
‘지금 살아 있다는 건’..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자꾸 반복해서 만나는 이 구절.
어른도 정의내리기 어려운 ‘삶’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첫 페이지에서 나오는 그림은
죽은 매미와 나비를 개미들이 먹으려고 달려드는 모습이다.
누군가의 죽음과 삶을 위한 움직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아이러니한 그림.
이 책의 글이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것에 비해
그림은 일상적이고 가까이에서 겪고 있는 생활들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아이들이 그림 속 디테일을 감상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묘사하고..
숨은 그림 찾기까지 할 정도로 재미있게 본 그림들.
그리고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도
아주 추상적이거나 구체적인 묘사가 공존한다.
이를 테면..
어떤 페이지에서는 ‘살아 있다는 건’
“문득 어떤 멜로디가 떠오르거나
재채기를 하는 것.”
이라고 설명하다가도..
또 어떤 페이지에서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마주하는 것.”
이라고 이야기해준다.
책 속에서는 어느 평범하고 화목한 가족이
할아버지의 생신을 맞는 하루의 모습을
차분하게 담담히 담고 있다.
그들의 일상을 쫓아가다보면
우리의 하루도 돌아보게 하고,
평범하고도 소중한 우리의 삶이
애틋하고 그리워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마치 남의 집을 구경하고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듯
디테일을 보는 재미가 있는
그림들의 연속.ㅎ
‘삶’을 “어디선가 아기가 태어나고,
어디선가 병사가 상처 입는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린다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구절들 하나하나가 공감되고 와닿는다.
아주 사소하고 평범한 일들이지만
이런 생생한 경험들이 모여 ‘지금’을 이루고
‘지금’이 모여 삶을 만드는 게 아닐까.
책 말미에는 ‘살다’와 ‘지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나와있다.
어린이들과 읽으며 어린이의 발상을 묻고 공유하는 재미도,
삶을 한껏 살아낸 어른들이
삶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재미도
함께 공존하는 평화로운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