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지만, 아들의 표현을 빌리면
“우와, 와~~~ 대박! 너무 재미있어. 진짜 재미있어. 완전완전.”
뻥 안치고 아들 표현 그대로~
그럼 아들을 완전 반하게 만든 ‘브로콜리 도서관의 마녀들’은 어떤 책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학교와 마녀…. 얼핏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지만 굉장히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때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를 포착하여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인물의 감정묘사와 함께 묵직한 메시지까지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도 책을 읽어보기 전, 책의 줄거리만 보고도 흥미가 동하더라구요.
상상과 현실, 유려한 문장이 아이들의 책으로는 최고의 감동을 선사합니다.
날마다 들르던 도서관이, 기묘하고 수상한 장소가 된다!
등장인물의 면면을 살펴보면 굉장히 흥미로워요.
인간 아이와 마녀가 친구가 되고 거기에 마법 어둠의 힘을 이용하려는 대마녀와
비밀을 간직한 백발마녀 샘까지~~ 모두 애착이 가는 등장인물들입니다.
정의롭고 씩씩한 초등학교 5학년 소율이는 반에서 왕따를 당하면서 점점 소심하고 움츠러듭니다.
그래서 소율이는 교실보다 도서관에서 마음의 위안을 받습니다.
모르는 것이 없는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마녀가 아닐까 상상하던 소율이는, 어느날 진짜 꼬마 마녀
치치를 만나게 됩니다. 둘은 만나자마자 친구가 되고 도서관은 둘의 비밀스러운 장소가 됩니다.
마법같은 일은 일상에서도 많이 일어나.
그걸 인간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치치가 소율이에게 한 말입니다. 일상 속에서 조금 다른 순간을 포착하는 사람에게 마법의 세계는
그 순간의 틈으로 자신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합니다.
재미있는 발상이지요? 특별한 순간을 포착한 것은 소율이고, 엿볼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한 이는
치치입니다.
책에서는 이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고 언제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즉, 상상의 세계를 펼치는 순간 우리는 더 열린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뜻이겠지요.
네 마음은 온전히 네 것이야.
[브로콜리 도서관의 마녀들]에서 무려 세 번이나 등장하는 이 말은 어쩌면 책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말이자 주제가 아닐까싶습니다.
그 동안 대마녀가 흑주술을 완성하지 못한 것은 바로 백발마녀 샘때문이었지요.
어린 시절 친구의 ‘흑화’를 막기 위해, 백발마녀 샘은 어둠의 감정이 가득 담긴 대마녀의 상자를
들고 마녀 세계를 빠져나와 인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에너지가 흐르는 도서관에 봉인해두었던 것이에요.
전체적인 이야기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너무나 자연스럽고 꽉 찬 책입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아들의 탄성을 저도 함께 내지르게 되더군요. ㅎ
“도서관은 아이들 책 읽는 소리와 웃음소리, 그리고 상상력과 긍정의 에너지들이 모여
있는 곳이야. 그 강력한 에너지가 탄탄한 방어벽이 되어 주거든.”
저는 이 문장이 저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어요. 아마 그래서 저도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으로 향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책 옆의 메모장은 아들의 것이에요. 책을 읽고 인상적인 문구를 적어놓았더라구요.
제가 스무살 때부터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문구들을 적어놓은 노트가 있거든요.
그것이 저의 책읽기 역사가 되더라구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노트를 만들어 책을 읽은 후
간단하게 기록해놓으라고 했는데, 아들이 잘 실천하고 있네요.
아들은 어떤 문구가 마음에 들었을까요? 혼자 쓱쓱 써놓고 간 걸 보니 기특하고 귀엽네요.
누구나 마음속에 검은 늑대와 흰 늑대를 키운단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크게 자라느냐는 네가 누구에게
먹이를 더 많이 주느냐에 달린 거고.
아들의 픽입니다. ㅎㅎ
오랫만에 아들에게 강렬한 독서의 짜릿함을 선사한 [브로콜리 도서관의 마녀들]
곧 주변에 열혈 홍보대사가 될 것 같습니다. 아들도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