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에서 왕따를 당하는 소율이는 교실보다 도서관이 편하다. 친구들의 괴롭힘과 울적함을 피해 숨어들듯 찾아가, 오래된 책 냄새에 둘러싸여 위로받는 곳. 그래서 도서관은 학교 안에서 소율이에게 가장 편안하고 익숙한 곳이었다. 사실 이곳은 결코 평범한 학교 도서관이 아니다. 중정에서 자라는 커다란 느티나무의 생김새 때문에 ‘브로콜리 도서관’이란 범상치 않은 별명으로 불리는 데다가, 사서 교사인 ‘백발마녀 샘’은 더더욱 범상치 않다. 주름도 없는 얼굴에 머리카락만 새하얀, 도무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백발마녀 샘은 누가 도서관에서 못된 장난을 치는지, 누가 책에 코딱지를 묻히는지, 아이들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백발마녀 샘이 진짜 마녀가 아닐까 상상하던 소율이는 어느 날, 도서관에서 휙휙 날아다니는 책들과 혼자 돌아다니는 금빛 구두를 목격하고, 그 구두의 주인이 꼬마 마녀 치치라는 걸 알게 된다. 치치와 소율이는 만나자마자 친구가 되고, 유일한 안식처였던 브로콜리 도서관은 이제 소율이의 유일하고도 신비스런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마법 같은 일은 일상에서도 많이 일어나. 그걸 인간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너랑 나랑 친구가 된 것도 마법 같은 일이잖아. 안 그래?”
치치가 소율이에게 한 말처럼, 일상 속에서 조금 다른 순간을 포착하는 사람에게 마법의 세계는 그 순간의 틈으로 자신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한다. 『브로콜리 도서관의 마녀들』은 이러한 능력을 가진 아이의 이야기이며, 사실 이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고 언제,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