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물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끔 하는 그림책
이 책의 작가 헨리 콜은
학교에서 열린 ‘지구의 날’ 첫날에
점심을 싸갔던 종이봉지를
무려 3년 동안 700번이나 재사용했다고 해요.
상상이 되시나요?
7번도 아니고 700번이라니?
그 경험담이 고스란히 담긴
작은 종이 봉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지금 만나러 가볼까요.
흑백 그림이 너무 인상적이죠.
첫 장을 넘기면 요렇게 나무숲이 펼쳐지는데
유독 한 나무가 시선을 사로잡아요.
아이도 ‘왜, 이 나무만 갈색이야?’하고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갈색 나무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사용하던 종이랑 종이봉투가
어떻게 만들어져서 우리에게 오는지
한눈에 알 수 있어요.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썼던 종이가
새삼 대단해 보이고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세상에 나온
작은 종이 봉지는 귀여운 꼬마와 만나게 되고
이때부터 꼬마랑 종이봉지는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하게 돼요.
어떤 날은 도시락 가방으로
어떤 날은 불빛 가리개로
꼬마는 어느덧 어른이 되었지만
종이봉지는 언제나 함께였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순간에도
아빠가 된 순간에도요.
…….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숨은 그림 찾기처럼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종이봉지를 찾고 있다는 거예요.
꼬마 옆에 항상 있는
종이 봉지를 찾다 보면 상황에 따라
도시락 가방, 팝콘 봉지, 아이 모빌 등
다양하게 사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처음엔 그림만 있는 그림책이
조금 낯설었는데
아이랑 함께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얘기도 나눌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아이도 나무에서 종이로 변해가는 과정이
신기한지 유심히 살펴 보더라고요.
그림 속 종이봉지가 어디 있는지 찾아도 보고
프러포즈를 하는 모습을 보곤 함께 축하도 해줬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과 함께 할 때마다
늘어나는 하트를 보고
‘어, 하트가 또 생겼네’하며 좋아하더라고요.
책을 읽은 후 아이에게
‘우리 집에도 재사용하는 물건이 있을까?’하고 물었더니
갑자기 일어나서 통 하나를 찾아오더라고요.
한 달 전쯤 야채 사면서 받은 통이었는데
튼튼해서 아이 장난감통으로 쓰고 있었거든요.
책을 보다 보니 문득 이 장난감 통이 생각났나 봐요.
뚜껑에 빨간 하트를 그리며
‘ 이 통은 나중에 내 아이한테도 줄 거야 ‘하더라고요.
이번엔 다 먹은 우유갑을 잘라서
사인펜 꽂이를 만들었는데
오래오래 사용할 거라고 다짐도 했답니다.
……
작은 종이 봉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큰 울림을 전해주는 그림책이에요.
종이봉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다 보면
내 주변의 물건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또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는
종이봉지와 꼬마의 일상은
내가 너무 물건을 쉽게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하고요.
이 책은
‘우리 물건을 소중하게 생각해요’
‘함부로 버리지 말고 아껴 써요’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 대신
스스로 생각해 보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해준답니다.
그래서 책을 보고도 긴 여운이 남는 거 같아요.
아이들과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비룡소 연못지기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아이와 함께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