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경성 미스터리 추리극, 하은경 장편소설

시리즈 틴 스토리킹 | 하은경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22년 3월 25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틴 스토리킹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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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중고등학생들이 직접 뽑은 문학 상인 ‘틴 스토리킹’의 수상작 <황금 열광> ! 놀라웠고 새로웠다. 역사와 추리를 함께 엮어낸 이야기가 정말 흥미진진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토리에 감탄하며 읽게 되는 책을 만났다.

 

 

조선교육령을 공포해 조선어 과목마저 없애버리는 등 민족말살정책이 한창이던 1938년의 경성의 이야기. 게다가 미스터리 추리극이라니! 내용을 보지 않고도 기대감이 샘솟을 수밖에 없는, 요즘 말로 우리집 아이들에게 ‘취저’인 책이 아닌가.

 

 

275쪽로 구성된 그림이 없는 글 책이라, 아직 동화책 마니아인 4학년인 둘째가 읽기에는 조금 어려웠지만, 중1 아들과 고1 딸은 정말로 재미있고, 스릴도 있으며, 반전도 있어서 순식간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다며 진심 어린 엄지 척을 해주었다. 또, 역사를 접해본 학년인 초등 5~6학년도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이었다. 어른이 읽기에도 정말 재미있지만, 역사의식을 가진 요즘 청소년들의 눈높이에도 정말 잘 맞는 역시 추리소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부자가 되는 꿈만 오롯이 꾸며, 노력해서 돈을 벌 생각은 없이 인생은 한방이라며 조선 취인소 (최초의 증권 거래소)를 들락이며 한방 만을 노리는 동재. 누나와 둘이 사는 동재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은 집주인 김노인뿐이다. 동재에게 김노인은 젊은 놈이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만 자냐고 밀린 방세나 내놓으라 소리치던, 돈에 환장한 영감쟁이 같았다.

 

방세를 받으러 동대문으로 향하던 김노인은 경성 알부자로 소문나 있었다. 그런 김노인이 어느 날 종로통 고리대금업을 하는 깡패 배두식 패거리에게 당해 다리를 크게 다쳤고, 이런 김노인을 업고 세브란스 병원까지 달려가준 사람이 바로 동재였건만 김노인은 동재에게 늘 잔소리였다.

 

 

여전히 헛바람에 주식에 투자할 돈만 찾아다니던 동재의 누나 정란. 정란은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일하는 신여성이었다. 정란은 경성 갑부 김한영과 만나다 헤어진 뒤 방황을 하더니 어느 날부턴가 수요일마다 댄스 구락부에 다녔다. 그러던 정란이 집주인 김노인이 살해된 그날 밤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게 되는데….

 

 

 

금광재벌이던 김노인이 어느날 갑자기 살해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이 의문의 사건 후 김노인을 둘러싼 사람들을 하나 둘 수사해가던 강형사의 이야기는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김노인이 살해되던 그날 밤, 과연 누가 김노인을 살해했는지, 동재와 누나는 김노인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 하나하나 밝혀지는 부분이 너무 재미있어서 책장을 넘길때 마다 두근두근대는 마음으로 읽어내렸다.

 

한탕을 노리고 있는 동재는 물론, 자신의 월급 1년치를 모두 도박에 쏟아붇는 동재의 벗 영달과, 반대로 꼭 필요한 소비만을 하며 영리하고 똑 부러지게 살아가는 유미코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일제강점기 꿈을 가지기도 힘들었던 그 당시의 10대 청소년들의 생각과 조선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 자본이 아닌 일본기업이 만들었지만 우리나라에 최초로 들어섰던 백화점인 미쓰코시 백화점이 지금의 신세계 백화점 본점이라는 것을 알고 책을 읽으니 조금더 새로운 시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외에도 책 곳곳에 등장하는 명동, 종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무척 재미있고 반갑고 몰입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예상을 하며 읽는대도 그 예상을 보기좋게 깨주는 흥미로운 반전과, 때론 분노에 떨게하는 당시의 시대상이 추리와 역사를 하나로 이어, 꿀같은 재미를 선사해주는 느낌이었다. 혼란한 시대상, 억압받는 말살정책 속에서도 사람들이 어떻게 혼신의 힘을 다해 꿈을 꾸어왔는지 여실히 느끼고 공감하며 상상해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서로 얽히고 얽히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스토리가 꼼꼼하게 짜여 저 더 큰 재미를 주었고, 친절 뒤에 숨어 있는 음모와 소름 돋는 계획들이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혼란한 시대상 속에서도 누구나 열망을 가지고 있었구나,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꿈을 꾸었구나 느낄 수 있고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바른 역사의식만큼은 잘 정립하고 있다고 난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아이들에게 역사적 소명, 시대적 최선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