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희은 그림: 문명예 | 비룡소
긴 잠에서 깬 봄 기운이 기지개를 펼 때
딩 동- 우리집에 쏘옥 들어온 동시집 한 권이에요.
집에 도착한 봄 손님에 가장 환한 미소로 맞은 쪼꼬미가
읽을 줄 아는 글씨를 찾아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목소리로 천천히 읽어 나갈 때
엄마, 아빠 마음은 몽글몽글, 뭉근해집니다. : )
그 중 다람쥐네 봄은 으뜸이였어요.
“누가 심었지?”
이 부분은 쪼꼬미와 저, 아빠와 쪼꼬미
모두 짝궁이 되어 여러번 목소리 내어
퐁당퐁당 주고 받은 소리지요 : )
꽤 천연덕 스럽게,
마구 웃으며,
알듯 말듯!
읽으며 노래가 저절로 피어오르는 단어엔
모두 작곡가가 되어 누가누가 더 잘 부르나
대결도 하고요. : )
그러다 보면 서로의 노래가 서로의 입과
가슴에 찰-싹 달라 붙어,
누가 먼저 불렀나 상관없이
흥이 나는 부분을 마구마구 부르지요. : )
이 좋은 봄 손님을 하루만에 다 읽는 건 아쉬워,
아침마다 한 편씩 읽기로 했어요.
시를 읽기도 하고, 그림을 읽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주어를 바꿔보기도 했지요.
이 시는 아침과 저녁에 꼭 함께 보았어요. : )
살래살래, 치카치카를 어찌나 잘 살리는지,
쪼꼬미가 배우 같았다니까요. : )
<누가 더 아팠을까?> 이 시는 어떻고요.
아 ㅇ ㅑ, 아아아야 ㅇ ㅏ 야!
말놀이, 말노래 그 이상으로
마냥 아이가 되어 소리쳐 봅니다. : )
아침에 꿀차를 타서 주던 아빠에게
쪼꼬미가 내민 시에요 : )
달콤한 꿀차 마시며 또 한 번!
후루룩 두 입 머금으며 또 한 번
시와 함께한 달콤한 일상이지요.
스스로 세수와 양치질까지 마쳤던 비오던 날엔
이 시가 딱 이였지요!
이 부분에 나온 책 제목을 보고
엄마, 여기여기 여기에 책 제목이 있어!
크으, 숨은 제목 찾기까지 : )
이 책의 시인인 윤희윤 시인은 79세 할머니 시인이에요.
다람쥐네 봄/여름은 여름답게,
가는 여름이 오는 가을이/싸락싸락 싸락눈
총 4부로 삶이 녹아든 아름다운 사계절 동시와
아기자기한 그림이 담겼어요.
“손도 쭈글쭈글, 얼굴도 쭈글쭈글 할머니는
쭈글쭈글 친구야.” 라고 손녀가 소개한 시인은
정겹습니다. : )
“마음은 점점 아이가 되어 가서 아이들이랑 놀 때가 가장 즐겁다.”며
좋아하는 간식도 사줄테니 함께 놀래요? 라고
아이들에게 따뜻한 우정과 시선을 건네는 시인 같은 어른들이
많은 세상이면 좋겠다 다시 바래보았어요.
봄과 여름 사이, 분홍 꽃들이 춤추며 흩날리고
초록 싱그러움까지 입은 봄 날,
아침마다, 쪼꼬미와 향긋한 동 시 한 잔 어떠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