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쥐가 집을 떠나 숲으로 향하는 이 작은 모험을 보면서 혼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아, 맞아!” 일상에서의 안락함 뒤편에는 늘 이런 두려움과 그에 맞먹는 호기심이 숨어 있지요. 미지의 것은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감과 함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불러일으킵니다. …아기 쥐는 포근하고 안전한 집에서 나와 혼자 숲으로 걸어 들어가지요. 뒤로 멀어지는 평온한 마을을 돌아다보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걸어갑니다. 숲에 가까워지면서 바람이 불고 있네요. 그만 돌아갈까, 아기 쥐의 가슴이 마구 뜁니다. 저도 이런 적이 있지요.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저도 똑같이 가슴을 두근거리며 숲에 한 발 한 발 들여놓습니다. 그러다가 아기 쥐는 숲 속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에 깜짝 놀라 주저앉았어요. 기껏해야 새소리겠지만, 덕분에 아기 쥐는 보드라운 풀밭에 코를 박고 그 향기로운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멋진 하늘도 올려다볼 수 있었지요. 아기 쥐가 누워서 올려다보았던 이 하늘은 언젠가 저도 올려다보았던 하늘입니다. 낯선 산길을 무턱대고 올랐던 어느 날이 있었고 (한낮인데도 아무도 보이지 않던 그 길의 신비로움이라니!), 당장 다음의 한 순간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진공상태와도 같았던 순간들이 있었지요. 그 기억들이 이 그림책 속의 아기 쥐로 인해 생생히 되살아났습니다.
그림책을 덮고 한 번 눈을 감았다 뜨고는 “참 좋다” 되뇌었습니다. 어린 쥐가 두려움을 깨치고 숲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이야기 자체도 좋았지만, 일렁거리며 사락사락 바람소리를 내며 나를 그 속으로 잡아끌었던 그림들도 너무 매혹적이었지요. 정말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제목을 ‘숲으로’가 아닌 ‘숲 속에서’로 한 것은, 숲으로 떠났다는 사실보다도 숲 속에서 느꼈던 그 자유로운 순간의 느낌을 더 강조하고 싶어서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