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책읽기에 즐거움을 알게 되면서 그림책이 아닌 글이 좀 길면서 그림도 적당하게 들어 있는 책을 찾게 되었습니다.
서점이나 도서관엘 가면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그림책 이였는데 하루아침에 아이에 입맛에 딱 맞는 책 고르기가 쉽지 않더군요.
출판사 홈페이지며 인터넷서점을 헤매다가 제목이 눈에 확 튀는 책을 찾았답니다.
아니 아이들 책에 제목이 왕 도둑이라고???
다른 독자에 서평을 읽으며 정말 유명한 책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책이 귀하던 시절, 시골에서 자란 저는 처음 듣는 책이 였지만요.
권장연령이 열 살부터라고 해서 일단은 한번 읽어보자는 생각에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보게 되었습니다.
튼튼한 양장본에 익살맞은 그림의 {왕 도둑 호첸플로츠}를 본 아이들은 제목에 비상한 관심을 갖더라구요.
하지만 아무리 재미있는 책 이여도 150쪽이 넘는 책을 읽어주기는 부담스러워 엄마 책이라는 말로 아이들의 관심을 돌리려 했지만 앞부분만 읽어주라는 말에 이렇게 긴 이야기는 조금 읽다보면 듣기를 포기하겠지 라는 생각에 한 장 한 장 읽기 시작했습니다.
호첸플로츠는 카스페를 할머니의 커피콩 가는 기계를 훔쳐 갑니다.
사랑하는 할머니에 기계를 되찾기 위해 용감한 소년 제펠과 카스페를은 경찰도 못 잡는 도둑을 잡으러 모험을 떠나게 되지요.
기기묘묘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마법사 페트로질리우스 츠바켈만에 등장으로 최고조에 이르고 저나 아이들이나 책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두꺼비 마법에 걸린 요정에 등장으로 손에 땀을 쥐는 이야기는 계속되었지요.
당연히 착하고 용감한 아이는 복을 받는 다는 보통에 이야기들처럼 호첸플로츠를 붙잡아 경찰에 넘기게 되고 마법사는 벌을 받게 되고 요정도 마법에서 풀려나게 됩니다.
이 책에 가장 큰 매력은 재미있다일 것입니다.
살아있는 듯한 생생한 인물들이 모험이 지루하지 않은 대화체의 글로 쓰여지다 보니 6살이던 둘째까지도 이야기에 빠져 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끝이라고 실망하지 말기를.<호첸플로츠 다시 나타나다!>에서 나, 카스페를을 또 만날 수 있으니까)라고 읽으며 책장을 덮음과 동시에 아이들은 다음 시리즈를 기대했고 지금 우리 집 책꽂이에는 세 권의 호첸플로츠가 나란히 꽂혀 있습니다.
이 책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62년에 쓰인 책이라고 합니다.
좋은 책은 생명이 길다고 먼 훗날 우리 아들들도 이 책을 보며 추억에 잠길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가 읽어준 3권의 호첸플로츠를 아빠가 돼서 제 자식에게 읽어 주겠지요.
그리고 우리가 그랬듯이 깔깔거리기도 하고 손에 땀을 쥐기도 하며 착하게 변해서 <여관 왕 도둑의 동굴>의 주인이 된 호첸플로츠와 그의 친구들이 된 제펠과 카스페를, 딤펠모저 씨와 슐로터베크 부인과 바스티와 할머니가 함께 했던 파티를 흉내내며 즐거운 파티를 열지도 모르지요.
*우리 1학년 아들의 일기장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사실 이 맛에 힘들어도 책 읽어 주기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드디어 호첸플로츠 시리즈를 다 읽었어요.
호첸플로츠는 왕도둑이였어요.
하지만 3권에서는 착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목이 쉬었데요.
엄마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