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든 지 오래된 낡은 곰 인형이랍니다.
이름은 오토라고 하지요.
생일 선물이 되어 다비드를 만나면서
저의 일생은 시작되었습니다.
제 이름을 붙여준 친구는 다비드와 오스카.
둘은 단짝 친구였고 내게는 참 잘 해주었습니다.
둘이 하는 놀이에는 언제나 나도 함께 했으니까요.
때론 짓궂은 장난도 했지만.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다비드가 가슴에 노란 별을 달면서
사람들끼리 서로를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마을을 엄습했습니다.
마침내 나의 친구이자 주인인 다비드와 그의 가족들이
어딘지 모를 곳으로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다비드는 나를 그의 단짝인 오스카에게 맡겼습니다.
나는 잊지 못합니다.
오스카와 함께 다비드네 식구가 떠나던 것을 지켜보던 그 날을.
다비드는 잘 있을까?
아마 전쟁이란 것이 난 모양입니다.
오늘은 전쟁터로 떠나는 오스카의 아빠를 배웅하고 왔습니다.
다급한 사이렌 소리에 오스카와 나는
지하 대피소로 달려갑니다.
자꾸만, 자꾸만 부숴지고 망가져 가는 마을.
시도 때도 없이 폭탄을 떨어뜨리는 비행기들.
사람들은 왜 전쟁을 하는 걸까?
어느 날, 나는 갑작스러운 폭격에 정신을 잃고 나뒹굴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희미한 의식 속에서나마
한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까만 얼굴의 미군 병사였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등에서 느껴지는 찢어질듯한 고통.
아마도 총알이 뚫고 지나간 모양입니다.
나를 통해 그 미군 병사에게까지.
오스카는 살아있을까?
눈을 떠보니 다소 쾌적한 병원이었습니다.
찰리라는 이름의 그 미군 병사가 나를 치료해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상처가 더 아플 텐데.
사람들은 내가 찰리를 구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나도 용감하게 싸운 찰리의 훈장을 달아 볼 수 있었습니다.
찰리와 함께 돌아온 미국에서의 생활이
그리 썩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다시 버림을 받고 골동품 가게에 전시돼 있으니까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스카가 나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는 살아있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믿어지지 않는 일이 또 생겼답니다.
신문에 난 오스카와 나의 이야기를 읽고
나의 첫 친구이자 주인이었던 다비드가 우리를 찾아온 것입니다.
이럴 수가, 다비드도 살아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 셋은 다시 모였습니다.
하지만 오직 우리 뿐입니다.
다비드의 부모님도,
오스카의 부모님도
모두 전쟁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
전쟁만 없었다면
우리도 이렇게 몇 십 년이 지나서야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아이들에겐 다소 무거운 주제인 유태인 학살, 전쟁의 참상을
그림책에 담아내고 있지만
아이들이 반드시 읽고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는 주제로서
용감히 그리고 감동적으로 담아낸 작가의 열정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픈 작품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이제와 같이 영원한
토미 웅거러의 팬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