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상이 돼버린 전쟁.
언제 시작되었는지, 왜 싸우게 되었는지도 잊어버린 체
끝도 모를 전쟁에 사람들의 마음은 폐허가 되어갑니다.
아무도 전쟁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시름에 잠겨있지만
파비앙만큼 절실하게 그 고통을 깨닫고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
상대편 나라 왕자가 제안한 결투에
파비앙은 응하기로 합니다.
내가 지면 전쟁은 정말 끝나는 걸까?
양을 타고 결투장에 나서는 파비앙.
허나 결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의 발생으로 인한 승리.
전쟁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파국으로 몰리게 된 파비앙.
전쟁은 결국 싸워서 끝낼 수는 없는 일.
파비앙은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서로에 대한 미움의 끈을 놓아버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서로를 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제 3의 공동의 적을 만들어 준다면?
적과의 동침이라고나 할까?
공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불안한 동거에 들어서는 두 나라.
그들의 삶에는 공유할 수 있는 보편성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욕구가 있었으니
아직 공동의 적은 오지 않았지만
이미 그들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전쟁의 이유도, 시작도 잊어버린 그들에게
전쟁은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요.
진정한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던가?
전쟁의 의미와 그 참상 그리고 그 허무를 넘어
우리의 삶 자체를 돌아보게 하는
다소 색다른 구성과 느낌의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