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이 책을 접한 것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였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고대 마야제국의 이야기라는 사실이 우선 신선했고 무엇보다 칼로 종이를
정교하게 오려붙여 만들었다는 특이한 표현기법이 내 시선을 강하게 붙잡았다.그러니까 글보다
맛보기로 올려진 두어 장의 그림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선뜻 구입을 했던 책이다.
어떻게 종이만으로 이렇게 다양하고 화려한 색채에다 입체감까지 그대로 살아있는 표현을 할 수
있었을까? 읽는 내내 “와! 멋지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장관’이라는 극찬을 했다는
미 서평지들의 칭찬에 공감하고도 남을 듯했다.종이라면 조금 조잡하게 느껴질 우려도 있건만
이 책은 오히려 마치 스케일 큰 영화 한편을 본 듯한 느낌이 들만큼 대범하고 선명하고 웅장한
맛이 나서 읽고 나면 마음까지도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이 남는다.
그리고 고대 마야문명이라는 멀고도 낯선 옛이야기지만 사실 읽다보면 단지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
같지만은 않다. 물론 ‘아킨마이’나 ‘킨툰야빌’이라든가 ‘포커토크’ ‘샤크’ ‘헤즈멕’ 등
단어에서 받는 낯섦은 있지만 가만히 그 뜻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낯설기만 한 말은 아닌 듯도 싶다.
‘아킨마이’는 ‘예언자’를 가리키고 ‘포크토크’는 지금의 ‘농구’경기 비슷한 듯 하고
‘샤크’는 비를 내리는 ‘비신’ 그리고 ‘헤즈멕’은 아이들의 첫돌에 하는 ‘돌잡이’ 정도
될테니 말이다. 우리나라도 조상대대로 비를 관장하는 신이 따로 있다고 믿었으며 아이들이 돌이
되면 돌잡이라는 것을 해서 아이의 미래를 미리 점쳐보기도 하고 그러지 않았던가.어딘지 우리와
닮은 마야의 풍습들을 알아보는 것도 책을 읽는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책 속 주인공 픽의 운명에 맞서는 당차고 용기있는 이야기도 매력이 있다.
고대 마야인들은 주로 운명을 말없이 받아들이는 편이었다는데 그런 민족성에 반하는 픽의 이야기는
오히려 더 크게 와 닿는다. 무서운 가뭄이 들거라는 운명의 예언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의
신 샤크와 포크토크 내기를 해서 이기고 결국에는 비를 내리게 만든 픽의 두려움 없는 도전!
대범하고 멋진 그림에 걸맞는 이야기로 이 책의 웅장함은 두 배가 되는 느낌이다.
흔하지 않은 화려하고 섬세하고 웅장한 그림과 함께 고대마야 문명 속으로 잠시나마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아주 멋진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