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전쟁 중이랍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돈도 모두 부족한 때였습니다.
엄마는 안나에게 새로운 외투를 사주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생각했습니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팔아서 안나의 외투를 마련해주기로.
우선 양털을 구하러 갔습니다.
양을 치는 아저씨에게 금시계를 보여 줍니다.
아저씨는 흔쾌히 승낙했지만
양털을 깎는 것은 봄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번 겨울에는 몸에 맞지 않는
파란색 외투를 그냥 입고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양들이 부드러운 털을 줄 봄까지 말입니다.
봄이 되었습니다.
약속대로 아저씨에게 양털은 구했지만
양털을 털실로 만들려면 좀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털실을 만들어줄 할머니가 버찌가 익는 여름이 되어야
털실을 다 만들 수 있다고 하니까요.
여름이 되었습니다.
램프를 드리고 할머니에게 받은 털실들이 가득합니다.
안나는 빨간색 외투가 입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털실에 물을 들이기로 했습니다.
잘 익은 산딸기로 말입니다.
이제 빨갛게 물들인 털실을 옷감 짜는 아주머니에게 가져갑니다.
2주만 있으면 옷감이 만들어진답니다.
아주머니도 엄마가 드린 예쁜 목걸이를 받으면 기뻐하실 겁니다.
오늘은 재봉사 아저씨에게 옷감을 가져가는 날입니다.
아저씨는 내 몸의 치수를 재고 계십니다.
몇 일 후에 갔을 땐
예쁜 단추 여섯 개가 달린 내 외투가 가게 밖에 걸려 있었습니다.
엄마와 난 감사의 표시로 아저씨께 도자기를 드렸습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됩니다.
엄마와 난 내 외투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을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따뜻하고 멋진 외투를 입을 수 있는 것은
모두 그분들 덕분이니까요.
역시나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습니다.
더불어 외투 하나에도 이토록 큰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는
그네들의 넉넉하고 여유로운 삶의 방식이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서
여유로운 숨 한 번 쉬지 못하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어린이들과 어른들은 안타깝도록 불행합니다.
조지 부시 현 미국 대통령의 어머니인 바바라 여사가 선정한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10권의 책’ 에 들어 있는 책이며
그림을 그린 아니타 로벨은 의미 있는 어린이 책을 많이 남긴
아놀드 로벨의 부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