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발, 왼발’이란 말을 처음 접한 것은, 동화를 소개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의 이름을 통해서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왜 동화책 사이트의 이름을 그렇게 붙였을까, 아마도 처음 동화를 접하는 것이 걸음마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 이후로도 한참이 지난 뒤에야 ‘오른발, 왼발(원제 : Now one foot and the other)이라는 동화책이 추천 동화 목록에 올라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림의 색채가 마치 바랜듯하여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내용도 아이에게는 좀 지루할 듯도 해서 제쳐두고 있었다. 그러다 큰애가 일곱 살이 되면서 너무 자기가 좋아하는 동물이나 모험 이야기에만 지나치게 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사람들의 삶이나 우리 문화에 대한 책들로 독서의 범위를 넓혀 주고 싶었다. 그래서 한쪽을 미뤄 두었던 이 책을 사게 되었다.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또 하나가 있다. 그것은 이제 칠순을 모두 넘기신 부모님들 때문이다. 허리가 불편하셔서 예쁜 손자들을 안아 주지도 못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아이들이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아이들이 내 마음을 얼마나 알아줄지는 모르지만, 노인들은 몸이 불편하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사랑을 받은 만큼 할아버지, 할머니께도 사랑을 돌려 드려야 한다는 것을 아주 막연하게라도 아이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싶었다. 그리고 우리들도 조금씩 늙어간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기도 했고.
책을 사자 아이에 앞서 내가 먼저 ‘오른발, 왼발’을 읽어 보았다. 어쩌면 아이들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감동적이었다. 대충 소개를 통해 알고 있던 내용과 직접 읽은 것의 감동의 차이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동안 궁금했던 도대체 동화책의 제목이 왜 ‘오른발, 왼발’인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야기의 얼개는 비교적 간단하다. 할아버지로부터 걸음마를 배우고, 할아버지와 블록 쌓기 놀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보비는, 이제 다시는 할아버지와 놀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왜냐하면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사람도 못 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비는 할아버지가 일어나실 것으로 믿고 그 앞에서 블록 쌓기를 하고, 마지막 코끼리 블록을 올려놓는 순간 할아버지가 여느 때처럼 재채기를 했다고 느낀다. 그 뒤 할아버지는 진짜로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고, 보비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오른발, 왼발’하며 할아버지가 다시 걷도록 도와 드린다.
할아버지와 어린 보비의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 그리고 영혼의 교감은,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 그림과 색채, 잔잔한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나의 가슴 속에 지울 수 없는 강렬한 그림을 남겨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