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동양화풍의 그림이 인상적인 그림책이다. 우연히 일본의 전래 동화를 그린, 은은하고 정겨운 동양화풍의 그림을 추천하는 글을 읽고 구입한 책이다. 공주나 여자 이야기라면 질색을 하는 아이는, 사기를 망설였지만 나는 그런 이유 때문에 더 사 주고 싶었던 책이다. 나도 동물이나 남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좋아하다 보니 좀 부드럽고 균형 감각을 길러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책을 받고 보니 나는 참 마음에 드는데, 아이는 역시나 반응이 신통치 않다.
어느 눈이 많이 내린 날 화살에 맞은 두루미를 구해 준 요헤이에게 밤늦게 아리따운 아가씨가 찾아와 아내로 맞아달라고 한다. 가난한 살림에 먹을거리마저 동이 나자 아가씨는 사흘 밤낮에 걸쳐 아름다운 베를 짠다. 베를 비싼 값에 팔아 오순도순 살지만 돈은 곧 떨어지고 아가씨는 이번에는 마지막이라고 하며 나흘이 걸려 베를 짠다. 한 번 더 베를 짜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혹한 요헤이는 베를 짤 때마다 수척해지는 아내에게 한 번 더 베를 짜기를 원하게 된다. 그런데 닷새가 걸려도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해 가리개 뒤를 넘겨다 본 요헤이는 그만 기절하고 만다. 피에 젖은 두루미 한 마리가 자기 깃털을 부리로 뽑아 베틀에 거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린 요헤이의 손에는 베 한 필이 남겨져 있고, 아가씨는 마지막 인사를 남긴 채 두루미가 되어 멀리 날아가 버린다.
요헤이는 자신에게 찾아온 행복 앞에서 더 큰 욕심을 부린다. 하기는 욕심을 부리는 것이 인간다운 것이기는 하지만 수척해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도 욕심을 절제하지 못한 그는 마침내 모든 행복을 잃게 된다. 언제나 후회는 한 발씩 늦는 듯하다. 욕심을 부려야 할 때 욕심을 부리지 않아 후회하고, 또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할 때 욕심을 부려 후회한다. 그리고 우리들의 호기심이란 늘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선 너머의 세계를 기웃거린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시 돌릴 수 없는 것이라고 할 때 우리들의 욕망과 호기심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도덕과 양심의 경계를 발견하는 일이 필요할 듯하다.
한지에 수묵으로 그린 듯한 은은한 색과 부드러운 그림의 선이 마음에 와 닿는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이야기나 그림체가 남자아이들보다는 여자아이들이 좀 더 좋아할듯하지만 참 우아하고 멋진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