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게 이기는거야.’
어릴 때 엄마가 하시던 말씀이다. 참 많이도 들었던 모양이다. 단순하게도 정말 그러면 이기는 줄 알았다. 동생들하고 친구들과 때론 부모님들과 의견 차이가 생겨 감정이 상하면 쇠놰 받는대로 참으면 이기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고 사회 속으로 한 발 두 발 내딛으면서 그게 이기는게 아니란걸 알게 되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그래야한다는 것을 깨달아갔다. 하지만 뒤늦게 나를 표현하려니 갈등이 많았다. 어떻게 표현해야하는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미숙한 감정 처리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귀를 닫아놓고 내 얘기를 쏟아 붓기만 했다. 어쩌면 우리 엄마가 내게 그랬듯 나도 일방통행의 대화를 했는지 모른다.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면 말대답이란 말로 막아버리면서 말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들, 기쁘고, 슬프고 무섭고 화나는 그런 감정들은 자기 표현이라는 말로 때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화를 내는 것이 무작정 나쁜 것은 아니다. 화도 방법을 잘 표현하면 자신의 감정을 정화하는 미나리같은 역할을 해 준다. 아이들은 자신이 화가 났을 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상대방을 때린다. 하지만 그런 행동으로 화가 풀리지는 않는다. 도리어 그 행동의 후속타로 또다른 화를 불러온다.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를 살펴보고 적절한 화를 풀어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화가 난 사람이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설명할 수 있을까? 더구나나 의사 표현이 미흡한 아이들이라면 더 힘들거란 생각이 든다. 한동안 텔레비전에서 아이가 자신의 화를 엄마에게 누나에게 쏟아내며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못된 아이는 매로 다스려야한다는 얘기부터 아이를 잘못기른 부모의 탓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누구도 그 아이에게 화를 어떻게 푸는지 알려준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심리학자가 권해준 방법을 샌드백같은 것으로 대신하거나 종이를 찢는 등 사람이 아닌 다른 대상에 화를 풀도록 알려주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이 왜 화가났는지, 자신이 화가 났음을 알려주는 것이 전제되어야한다.
어른들은 먹거나 운동하거나 잠을 자는 등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아이에게 신문지 찢는 것을 알려준 적이있다. 시장을 보고 가져온 라면 박스를 앞에 놓고 하루치 신문을 두둑하게 주었다. 그리곤 그 상자 안에 신문을 갈기갈기 찢으라고 했다. 의외의 주문에 쭈삣쭈삣하던 아이는 어느새 ‘쫙쫙쫙’찢어지는 종이의 경쾌한 소리를 즐기고 있었다. 나중엔 꾸깃꾸깃 꾸겨 공처럼 만들기도 하고 잘게 찢어 날리기도 했다. 땀이 나도록 한참을 하고 난 아이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땀까지 흘렸다. 친구 때문에 짜증으로 일그러져있던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다.
무조건 야단치고, 하지 말라고 누르기보다 화를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한다. 화를 내는 것이 나쁜게 아니라 중요한 것은 화를 푸는 방법에 있다는 것에 크게 공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