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는 여섯 살 아들 아이는 네 살
드디어 둘 다 고집이 세지면서 충돌하는 시기가 되었다.
그 동안 말이 안 되어서 번번히 울음으로 당하기만 하던 작은 녀석이 힘과 말이 되기 시작하면서 누나를 제압하기에 이르렀고
동생의 든든한 후원자 할머니 덕에 큰아이는 여자아이라는 특성과 함께 자꾸만 화가 나도 참아야 하는 일이 많아지더니 갈수록 성격이 예민해지기 시작할 무렵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얼른 빌려왔다.
마침 또 동생이랑 싸우고 화가 잔뜩 나 있던 아이는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는지 혼자 책을 읽기 시작했고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 입장에서는 여섯 살 짜리에겐 좀 어렵지 않을까 했지만
아이는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대변해주기라도 하는 듯한 책이 무척 마음에 들었나보다.
그리고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엄마, 내가 화를 내는 건 당연한거죠. 나도 화가 나면 화를 낼 수 있죠.”
주로 동생과의 마찰을 이유로 화를 내는 큰아이는 화가 난 이유를 동생에게 확실하게 전달한다.
물론 네 살짜리 동생이 알아듣건 말건. (대부분 못알아 듣는다.)
큰아이가 읽고 꽃아 둔 책을 나도 가만히 읽어 본다.
아이들 뿐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대신 화를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화를 내는 사람에게 그 화가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아이는 어렴풋이 벌써 그 이치를 깨달은 모양이다.
아직도 무조건적인 할머니의 사랑에 파묻혀 있는 동생에게 정당하게 화내는 일은 대부분 좌절된다.
분명 바르게 화를 내고 있음에도 통하지 않는 현실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이 책 이야기를 꺼내는 아이가 무척 대견스럽다.
아이의 마음 깊이 새겨진 이 책의 내용도 참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