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과 방문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그림이 너무 귀여워서 읽게 된 책인데 참 재미있게 보았다. 바느질을 꼬매질이라고 하는 우리 아이한테 우리 전통 물건, 바느질 도구를 알려 줄 수 있는 기회가 돼서 기뻤다. 바느질을 좋아하는 할머니한테 이 책 내용을 종알종알 얘기하는 모습이 이뻤다.
이 책은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그림 때문에 눈을 잡아 끈다. 일곱 동무가 입고 있는 한복 배색의 화려함도 그렇고 빨강 두건을 쓴 아씨의 모습도 단아한 듯 소박한 듯 화사하고 방 안의 물건들도 색이 곱고 선이 예쁘다.
어린 아이들은 인두나 화로를 잘 모른다. 우리 아이도 그림을 보더니 그게 뭐냐고 물어 봤다. 설명해주었더니 할머니 집에서 본 적이 있다고 눈을 반짝이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친정 엄마가 그런 옛 물건 모으기가 취미였던 때가 있어서 아직도 친정에 남아 있는 게 있었는데 그걸 언제 보았던 것 같다. 골무도 처음 듣는거라고 그게 뭐냐고 물어봤다. 책을 읽고 모르는 낱말 까지 알게 되니 일석 이조다.
일곱 동무는 각자 자기가 제일 중요한 일을 한다고 떠들다가 잠이 깬 빨강 두건 아씨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풀이 죽는다. 그리고 빨강 두건 아씨도 잠을 자다가 일곱 동무가 사라져서 쩔쩔매는 꿈을 꾸면서 모두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이 세상이 자기만 잘나서 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자기만 모르고 있는 게 더 많은 것이 세상인 것 같다. 어떤 광고의 문구처럼 “너만 모른다”가 맞는 것 같다.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며 살아야 하는 게 인생이다. 교만함에 빠져 허우적 거릴 수록 넘어지면 상처도 크고 더 아프게 느껴지고 억울한 마음이 생기는 거다. 모두 힘을 합해 옷을 만드는 그림이 보기 좋았다. 함께하는 세상이라 따뜻하게 느껴졌다.
단순한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아기자기한 그림과 의성어 의태어가 풍성하게 들어 있는 문장이 정말 좋았다. 아이가 싹둑싹둑, 뾰족뾰족…같은 말이 재미있는지 읽고 나서 그 말을 넣어서 말하는 걸 보니 웃음이 나왔다.
일곱 동무가 하는 말 중에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는 말을 듣고 딸아이가 의기양양해서 자기가 아는 거라고 자신있게 말해서 놀랐는데 생각해 보니 요즘 유치원에서 한참 속담이나 격언으로 언어 전달을 하는데 그 말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말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어서 좋다.
꼬매질 좋아하는 할머니한테도 보여준다고 열심히 책을 넘기면서 읽어주는 아이를 보면서 책이 사람과 삶을 이어주는 사랑의 역할을 하는 게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