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는 이유는 사람들마

연령 10~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0년 7월 30일 | 정가 9,000원
수상/추천 뉴베리상 외 4건

책을 고르는 이유는 사람들마다 다 다를 것이다. 나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우선 보게 되지만 대개의 경우는 직감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 책도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책 표지에 새끼 돼지를 안고 서 있는 볼이 사과색인 소녀가 주인공 가넷이다. 가넷의 잔잔하고 소박한 일상을 따라 가면서 어릴 때 TV에서 봤던 외화 “초원의 집”이 생각났다. 참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인데…

가넷의 일상은 특별할 것이 없는 생활이다. 우리의 생활처럼 극적인 사건 없이 잔잔히 흐르는 강물같다. 그 일상을 작가는 찬찬히 풀어내면서 우리를 책 속으로 끌어당긴다. 두근거리게 하는 사건이나 가슴 아프게 하는 슬픔은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친근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특히 작가가 여자여서 그런지 여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한 표현이 빛난다. 날씨나 농장에 대한 묘사도 살아있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생생했다. 가넷의 엄마나 이웃 아주머니가 만들어 내는 음식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것들을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모른다. 대체 어떤 맛일까 참 궁금하다.

가넷의 이런 평범함에서 사건이 있었다면 친구 시트로넬라와 함께 도서관에 갇히는 것인데 그 사건도 요란하지 않게 잘 해결된다. 또 하나는 품평회에서 가넷이 여름 내 정성껏 기른 새끼 돼지가 파란 리본을 받은 것이다. 어린 가넷이 정성을 쏟은 일에 상을 받게 돼서 읽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

제목이 ‘마법 골무가 가져 온’이라서 가넷에게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골무가 생기는 것일까 짐작했었는데 그건 아니였다. 비가 오지 않아서 걱정을 하던 차에 가넷이 우연히 강바닥에서 골무를 주은 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넷은 그 골무가 그저 그런 골무가 아니라 마법의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넷과 가넷의 가족, 이웃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세련되거나 현대적이진 않지만 풋풋하고 소박하고 정이 담뿍 묻어나는, 아련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책이다. 깔깔 웃음이 나지도, 펑펑 눈물을 쏟을 만큼 슬프지도, 궁금해서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의 자극은 없지만 잔잔하게 마음을 물들이는 책이다. 때로는 주변도 둘러보고 천천히 쉬어가라고 말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