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눈독을 드리고

연령 6~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9년 9월 5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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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눈독을 드리고 있었지만 읽기 겁이 나서 미뤄두다가 이번에 읽었다. 눈물이 찔찔 나오게 하는 내용일까봐 겁이 나서 읽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렀었던 내가 미련하게 생각됐다. 할어버지가 죽으면 슬퍼서 어쩌나 했던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래서 읽고 나서 개운했다.
할아버지와 애기 때부터 함께한 보비에게 할아버지는 친구고 형제다. 나이 차는 많이 나지만 할아버지가 보비의 눈높이에 맞춰주었기 때문에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할아버지와 보비가 함께 하는 블록 놀이나 걸음마 배우는 부분의 그림이나 문장은 정이 뚝뚝 묻어난다. 차분한 색감에 포근한 느낌의 그림이 눈을 따뜻하게 한다. 배경은 모두 공통적으로 푸른색이고 따뜻한 색감인 녹색과 베지색이 많이 쓰여서 자연스럽고 튀지 않는 아름다움을 만들었다. 연필로 그린 것 같은 밑그림도 그런 느낌에 도움이 된 것 같다.
할아버지가 뇌졸중이 걸려서 보비를 알아보지 못하고 침대나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은 보비에게도, 우리에게도 낯선 외로움을 준다. 아이들은 친하게 지내던 가까운 사람이 갑자기 아프다는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그런데 보비는 할아버지와 같이 하던 블록 놀이를 통해 예전의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할아버지는 코끼리 블록을 맨 위에 놓을 때 재채기를 했는데 아프시고 보비를 못 알아본다고 생각한 그 때도 똑같이 재채기를 한 것이다. 보비는 할아버지가 자기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더이상 할아버지를 낯설어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보비에게 그런 것처럼 할아버지께 걸음마를 가르쳐드린다. “오른발, 왼발” 정답게 말하면서…
이 책을 읽고 친정 엄마가 갑자기 아프셔서 큰 병원에 갔던 기억이 난다. 할머니 무릎에서 안 떨어지던 딸아이가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할머니 옆에도 안 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왜 그랬을까 의아했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딸애는 겁이 났었던 것 같다. 매일 만나고 놀아 주던 할머니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낯설었을 거다. 딸아이가 보비보다 더 어렸을 때니까 기억도 못 하고 있을 것 같다.
슬픈 결말일까봐 애써 읽지 않으려고 했던 내 자신에게 웃음이 난다. 할아버지와 보비가 함께 걸어가는 마지막 페이지의 그림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