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책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선뜻 집어든 책이다. 와~ 너무 좋다. 무조건 별 다섯 개다.
그림들은 그대로 하나씩 떼어서 액자를 해도 될 만큼 섬세하고 선이 곱고 예쁘고 글도 참 따뜻하고 정이 넘친다. 특히 형제나 남매가 있는 아이들이 함께 봐도 좋을 것 같다.
옆으로 기다란 책인데 첫 장을 펴면 하트가 그려져 있고 그 주변에는 눈 결정이 빙 돌아가면서 그려있고 하트 안에는 ‘…에게”라고 써 있다. 마지막 장에도 하트가 있는데 둘레에 솔방울, 나뭇 가지, 꽃이 있고 안에는 ‘…로부터’ 라고 써 있다. 참 예쁘다. 크리스마스 카드 처럼.
커다란 거인 나무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나무는 겨울 동안 동물들의 아늑한 보금자리이고 플루리나가 실 짓는 할머니 집에서 눈보라가 치는 날 집에 돌아올 때 길잡이가 되어 주는 고마운 나무다.왜 거인 나무일까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왜 그럴까 생각해 보라고 했더니 “엄청 큰가 봐. 거인처럼”
하면서 웃는다.
플루리나와 우즐리는 남매다. 썰매 축제에 나가려면 썰매를 꾸며야 한다. 그래서 실 짓는 할머니 집에 실을 얻으로 여동생 플루리나가 갔는데 집에 오다가 눈보라를 만나서 오는 시간이 늦어진다. 우즐리는 슬슬 걱정이 돼서 스키를 타고 동생을 찾으러 눈보라가 치는 길로 나선다. 눈보라가 치는 곳에서 동생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동생이 흘린 색실을 따라 간다. 그리고 거인 나무 아래에서 플루리나가 있었다. 둘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가기 싫어하는 동생을 보낸 오빠는 얼마나 발을 동동 굴렸을까 생각하니 우즐리가 동생을 업고 스키를 타고 오는 게 당연한 것 같다. 미안함 때문에, 그리고 꽁꽁 얼고 기운 없는 동생을 힘들게 하지 못해서 우즐리는 그렇게 한 것이다. 동생을 업고 스키를 타고 있는 이 그림이 책 표지의 그림이다. 화려한 색감의 아이들의 옷과 하얀 눈, 까만 밤하늘,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이 어우러져 멋있는 그림이다.
썰매 축제가 있는 날 우즐리 남매의 썰매가 가장 멋지게 보였다. 거인 나무의 나뭇가지와 색실로 장식하고 노란 방울까지 달려 있는 모습이고 동생 플루리나가 자리에 앉고 우즐리가 뒤에서 썰매를 몬다.
동생이 생긴 큰애는 요즘 양보와 인내를 배우느라 힘이 든다. 자기 세상이다가 뭐든 양보해야 하고 참아야 하니 아마 무척 힘이 들 것이다. 언니는 그냥 언니가 아니라는 걸 깨달아가고 있는 거다. 동생이 같이 놀아주는 상대만 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보듬어야 하는 대상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너무 큰 아이에게만 참으라고 하는 것 같아서 슬그머니 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