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둘째는 유난히 곤충에 대한 관심이 많다. 워낙 시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큰 아이와 다르게 유독 곤충이나 과학에 강한 호기심을 보인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고 하는’ 말들인데 성별이 다른 두 아이를 키우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할 때가 있다. 바로 위의 경우다. 큰 아이는 여자라서인지 작은 곤충이나 벌레만 봐도 소리르 지르며 달아나건만 작은 아이는 서슴없이 만지고 관찰한다.
한번은 ‘엄마, 이거 봐.’ 하며 무엇인가를 코 앞으로 내밀기에 아무 생각없이 가까이 봤다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손바닥에 지렁이를 올려 놓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곤충들 만지는 것은 일도 아니다. 물론 큰 아이는 곤충도 만지지는 못한다. 간신히 보기만 할 뿐이다. 이런 것을 성별의 차이로만 봐야 하는 건지… 어쨌든 그런 아이에게 이 책을 줬더니 거의 넘어간다. 틈만 나면 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을 정도다.
표지부터 심상치않다. 무엇인가가 있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그러나 아무 것도 없는 것을 사진찍어 놓았을 리 없다는 눈치로 일단 찾아본다. 역시나… 형체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더듬이가 보이는 것이 뭔가가 있긴 하다. 이런 곤충도 있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렇게 생긴 벌레도 있다니… 자연이란 대단하다. 아니 위대하다. 어떻게 가시 모양을, 이끼 모양을, 나뭇가지 모양을, 나뭇잎 모양을 흉내낸단 말인가. 어디 그 뿐인가. 말려 있는 낙엽 모양을 닮은 맨 마지막 장의 사마귀들은 자연이 위대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모두들 9마리의 사마귀를 찾느라 혈안이 되었었다. 그걸 다 찾는다고 누가 뭘 주는 것도 아닌데 서로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사실 설명에 붙어 있는 그림을 보고 9마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 그렇지 않으면 대충 보다 그냥 몇 마리가 있구나 하고 말았을 것이다.
각 곤충이나 애벌레 이름에 숨어 있는 모양을 그림으로 나타내준 배려도 돋보인다. 맨 마지막에 각 곤충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다시 일깨워준 점도 좋았다.
지난 여름에 곤충학습 체험전을 다녀왔었다. 큰 아이는 다른 곳으로 캠프를 가는 바람에 둘째만 데리고 갔는데 거기서 보았던 가랑잎벌레가 나오니 아이도 너무 좋아한다. 역시 한 번 실물로 보았다고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그 때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다시 나온다. 그때 어떤 벌레는 어땠고 어떤 벌레는 이랬다는 둥… 잠자리에 들기 전 이 책을 들여다보며 셋이 열심히 숨은 그림을 찾고 있으니 남편도 무슨 일인가하고 들여다 본다. 그래서 사진을 보여줬더니 신기해 한다. 이런 살아 있는 벌레들을 직접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둘째는 아까도 들여다보며 이걸 찍으려면 많이 고생했겠다며 이야기를 끝도 없이 한다. 하긴… 벌레라면 일단 ‘꺅’하고 시작하는 큰 아이도 이 책으로 독후감을 쓸거니까 책상 위에 책을 놓아달란다.(참고로 지금 4학년이다.) 무척 재미있었나 보다.
오늘 도서관에서 꼬마들에게 책읽어주기를 하는데 일정에 없던 이 책도 읽어주었다. 역시나 반응이 좋았다. 사실 엄마들이 더 신나했었다. 그리고 다시 사서 선생님에게 소개했더니 연신 감탄을 하며 넘긴다. 여섯 살인 딸이 너무 좋아하겠다고 빌려달란다. 하지만… 리뷰를 써야 하기에 그냥 가지고 왔다. 다음에 가면 빌려드려야 겠다.
신기한 자연의 모습에, 그리고 치열한 곤충들의 삶에 다시금 감탄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