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방을 엉망진창으로 들쑤

연령 6~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2년 9월 17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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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섬 (보기) 판매가 11,700 (정가 13,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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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방을 엉망진창으로 들쑤셔 놓는 딸아이 때문에 선택한 책이다. 자기는 엄청 공주처럼,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하면서 방은, 특히 책상 위는 치워줘도 금새 엉망으로 만든다. 요즘은 일부러 못 본척 치워주지도 않았더니 자기가 혼자 치운다고 치우는데 들어가 보면 치울 곳이 한참 더 있지만 딸아이를 존중하는 뜻으로 꾹 참는다. 아마 자질구리한 스티커, 메모지, 작은 악세사리들.. 같은 것들 때문인 것 같다.
알록달록 만화같은 그림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등장하는 동물들의 생김도 희안하고 설정도 아주 독특해서 상상력을 키우기에 아주 좋다. 땅 위에 있는 동물도, 하늘을 나는 동물도, 바다 속에 사는 동물들도 하나같이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색깔이고 이빨이 뾰족하고 눈이 커다래서 튀어나올 것 같다. 바다도 펄펄 끓고 있고 낮은 활동하지만 밤이 되면 모든 것이 꽝꽝 얼어 붙어 버리는 이 섬은 참 괴상하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런 괴상한 게 뭐가 그렇게 좋은지 재미있다고 깔깔 거리면서 좋아한다. 하기는 나도 어릴 때는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괴상하게 그려놓고 좋아했다고 하니까 아이들 눈으로는 뭐든지 재미난 놀이를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엉망진창 섬에 사는 이 괴상한 동물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매일 자기들끼리 미워하고 뜯고 싸우는 것이다. 화내고 소리 치고 부수고…이 장면을 표현한 그림을 보면 정말 눈이 핑핑 도는 것 같다. 서로 엉키고 설켜서 난리를 치는 동물들이 종이에 꽉 차기 때문이다.
어느 날, 이 섬에 변화가 생겼는데 바로 예쁜 꽃들이 피어난 것이다. 동물들은 꽃이 점점 피어나자 불안해져서 더 많이 싸웠고 결국 연기와 재만 남게 된다. 그리고 그 섬에 밤새 비가 내리고 더이상 밤이 되도 얼어붙지 않는다. 비가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무지개가 하늘에 걸린다.이제야 우리가 생각하는 식의 섬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아름다워진 이 섬에 새들이 찾아오는 마지막 그림은 처음의 그림들과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우리 딸도 “와 이쁘다” 하면서 놀랬다. 그 틈을 타서 나는 “거봐. 이렇게 엉망진창이 아니니까 얼마나 보기 좋니? 그러니까 니 방, 책상 위에 정신없이 어지르지 마. 놀고 나면 치우고..알았지?”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알았다고 끄덕거리기는 했는데 아직은 부족하다. 차차 나아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