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눈물을 고루 갖고 있는 책이다.
책 뒷편에 김화영 교수님의 심사평 중에서 “…문장에 속도감이 있고 경쾌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는 구절이 쓰여 있는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머뭇거리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글 힘이 느껴지는 책이다. 한 번 손에서 잡으니 놓을 수가 없어서 단숨이 훌떡 읽어버렸다. 그리고도 다음날 아쉬워서 다시 책을 뒤적여 가면서 지난밤에 읽고 좋았던 부분을 찾아가며 다시 읽었다.
보석같이 빛나는, 참신한 표현들이 책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놀랐고 감탄했다. ‘이런 걸 이렇게 표현 할 수도 있구나’하는 마음이 들어서 작가가 부러웠다. 컴퓨터 화면을 ‘쩍 벌린 악어 목구멍처럼 새까만’이라고 표현한 부분이나 ‘딸기쨈처럼 얼굴이 빨개졌다’, ‘마음이 구운 오징어처럼 오그라들었다’, ‘엄마의 녹슨 걱정은 뻥 차 버리고 싶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같은 부분은 너무 마음에 와 닿는 표현이다. 익숙하지 않은 낯설음으로 우리 눈을 환하게 해주는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든다.
주인공 황금빛나래는 엄마 아빠가 이혼해서 교수인 엄마와 둘이 사는 여자 아이다. 씩씩하고 명랑하고 똑똑해서 세상의, 어른들의 이기심이나 부조리에도 정면으로 돌진하는 탱크같은 성격이다. 나래의 엄마는 정반대 성격이다. 겁도 많고 소심해서 나래가 ‘아빠없는 애’ 라는 얘길 들을까봐 나래 아빠가 외국의 연구소에 나가있다고 말하면서 이혼 사실을 숨긴다. 나래는 이런 엄마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엄마는 구닥다리 겁쟁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성격은 반대지만 나래 엄마는 세상 무엇보다 나래가 소중하고 철이 일찍 든 나래도 엄마를 사랑한다.
나래를 상처주는, 어른들이 아무 생각없이 불쑥 던져버리는 말 ‘아빠없이 자란 애…’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이런 말을 하지만 듣는 사람은 얼마나 싫을까. 나래는 아빠 밑에서 자란 아이들도 나빠지는 아이가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편견은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어른들만 이렇게 생각하면 될 걸 애들 앞에서도 조심하지 않고 이런 말들을 하는 게 더 문제다. 그래서 아이들까지도 어른들의 그런 생각을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이고 고정관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나도 생각없이 이런 행동을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나를 돌아봤다.
나래와 엄마가 희주와 희주 아빠와 같이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을 때 나래는 ‘식탁 네 귀퉁이가 꽉 찬 진짜 가족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외식 나온 한 가족인 줄 알았을 거다’라고 만족해서 속으로 생각한다. 나래도 아빠와 살고 싶은 소망이 있었던 거다. 철이 든 것처럼 보여도 나래는 아직 초등학생이다. 그런 나래를 격려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나래에게도 아빠가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희주의 아빠다. 희주 아빠와 나래 엄마는 잘 해 나갈 것 같다. 나래의 영어 학원 선생님 말처럼 ‘세컨드 찬스’가 나래와 엄마에게 펼쳐진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아파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 발에 걸려서 넘이지기도 한다. 그래도 인생은 살아갈 만한 곳이다. 살아갈 힘은 아이들에게서, 사랑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