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흑백그림책을 좋아한다. 그냥 편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나기도 하고 때론 오히려 더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좋아한다. 이 책도 처음에는 그냥 겨울에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다가 무슨 일 때문에 달려가는구나 하며 읽어 내려갔다. 계속 반복되는 어구와 계속해서 나오는 동물들은 어린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깨어나고 달려가고 냄새를 맡는 마지막 장에 결국은…
아,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구나! 그것도 꽃 한 송이만 아주 예쁜 노란색으로 칠해서 갑자기 튀어나오게 하다니… 이 책을 처음 접하던 때가 내 남동생이 대학생 때였다. 그림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동생이 이 책을 보다가 갑자기 탄성을 지른다. 그리고는 할 말을 잊는다. 역시… 이런 감동은 기본을 알고 모르고에 상관없이 모두가 똑같이 느끼는 것이구나. 그러면서 그림책의 묘미를 다시금 느꼈다. 배경 지식이 아무것도 없어도 충분히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것, 바로 그것이 그림책이다. 그래서 그림책을 사랑한다.
만약 이 책이 은은한 칼라로 되어 있었다면 이런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절묘하게 맞았기에 느끼는 감동이란 이런 것이겠지. 겉표지가 밝은 노랑색이다. 안에 있는 꽃과 같은… 아마도 봄을 맞이하는 동물들의 희망어린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주 단순하고 글도 얼마 없고 커다란 메시지를 주고자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독자가 느끼는 그런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것은 말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된다. 아이가 어린데 이 책을 아직도 안 보신 분이 있다면 적극 권하고 싶다. 단, 아이들에게 책을 수단으로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교훈을 일깨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한 어른이라면 일단 그 마음을 접고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대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감동이 느껴질 것이다.
이 책이 1940년대에 칼데콧 상을 받았다고 한다. 역시…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가 다 있다. 이렇게 그림책의 고전으로 잡아가는 책을 만난 것 자체가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