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읽히는 책의 분야에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때는 역사, 어떤 때는 고전(명작) 등… 그렇다면 지금은…? 아마도 경제가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언젠가부터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경제 교육을 시켜야 한다며 이런저런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의 경우는 제대로 실천하고 효과를 본 책이 거의 없다. 집에서 용돈을 주어 용돈기입장을 써 가며 스스로 관리하도록 해 보았지만 작심 3일이 되고 만다. 간혹 방학 때는 집안 일을 도와주면 횟수에 따라 용돈을 주기는 하지만 그것도 잊어버리기 일쑤다. 아마도 모든 것을 부모가 알아서 해 주고 아쉬운 것 없이 항상 모든 게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에 나오는 펠레는 어리지만 노동의 소중함을 안다. 그리고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때는 무작정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어떤 것을 한다. 어른들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어린 펠레 또한 전혀 거부감 느끼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생활 속에서 스스로 깨우치는 교육…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교육일텐데 펠레와 주변의 어른들은 그렇게 목적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냥 그것이 삶일 뿐이다.
새끼 양을 기르고 있는 펠레는 혼자서 그 양을 키운다. 양이 자랄수록 펠레의 옷은 점점 짧아진다.(이 표현이 너무 재미있다.) 드디어 펠레는 양털을 깎아서 새 옷을 만들기로 한다. 하지만 혼자서 양털로 실을 만들 수는 없다. 그 때부터 펠레는 옷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할머니에게 양털 손질을 부탁하는 대신 잡초를 뽑아준다. 마당에 핀 꽃들이 너무 아름답다. 작약 같기도 한 꽃과 나리꽃 비슷한 꽃들을 보고 있으면 시골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할머니에게서 손질한 털을 가지고 이번에는 외할머니에게 간다. 이처럼 펠레는 양털이 실이 되고 그것이 옷감이 되기까지 공짜로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한 다음 마침내 옷감을 파랗게 물들여 옷을 해 입은 펠레의 모습을 보노라면… 너무 기특해서 어깨라도 토닥여주고 싶다.
노동의 가치. 요즘 아이들과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은은한 파스텔 톤의 그림과 배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따스하고 안정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시골의 모습이 너무 정겹게 표현되어 있어서 절로 웃음을 머금게 된다.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해 주고 아껴주며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펠레가 혼자서 노를 저어가며 아저씨의 심부름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대신 해주고 싶을 만큼… 그러나 펠레는 그것을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듯 하다. 하긴 이런 마음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벌써 아이들을 못 믿고 내 울타리 안에 가둬두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겠지.
노동의 숭고함과 가치, 그리고 한없는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렇게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며 아무 욕심 없이 살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나 이런 생활을 동경하지만 선뜻 그런 생활을 찾아 떠날 만큼 용기도 없다. 그저 이렇게 책으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