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작가 탄생의 서막이 시작됨을 알려 주는 책이다. 알 것 같다. 아이들의 마음을. 나도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많은 부분을 잊고 살아왔던 것 같다. 동화책을 읽으면서 어릴 때의 나를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어릴 때의 나를 만나면서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같은 위치에 설 수 있어서 다행이다.
< 말의 미소 >, < 내 친구는 국가 기밀 >을 쓴 크리스 도네르 라는 작가가 쓴 책인데 엄마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 하는 조그만 남자 아이가 주인공이다. 이 아이는 이야기 하는 걸 천성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게다가 엄마가 ” 너, 그 얘기 굉장하다 !”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근질거리는 아이에게 날개까지 달아준 셈이다. 물론 엄마는 모르고 그런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된 일이다. 아이가 어린 작가로서의 싹을 키워가게 되니까.
일상적인 일을 엄마한테 얘기하던 아이가 이야기꺼리가 떨어지자 뭔가 특별한, 어떤 사건들이 벌어지기를 기대한다가 드.디.어. 상상을 하면서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한다. 상상이 지나쳐서 엄마가 의심을 하기 시작하는데도 아이의 이야기에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엄마는 아이가 거짓말쟁이가 될까봐 겁을 먹고, 아빠는 그런 엄마를 나무란다. 아이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라 시인이라고.
어느 쪽일까 생각을 해 봤다. 이 아이가 멋대로 꾸며낸 발칙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거짓말로 봐야 할까, 시로 봐야할까? 후자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아이의 거짓말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아이가 어떤 이익을 바라고 의도적으로 만든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시로 봐야할 것 같다. 그야먈로 순수하게 그 아이의 유일한 독자인 엄마를 즐겁게, 기쁘게 하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니까. 그리고 엄마에게 굉장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귀여운 애교가 아닐까 싶다.
배가 아프지 않으면서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서 맹장을 떼어내는 수술까지 받은 건 심했다. 그건 레드 카드 한 개 받을 짓이다.
하지만 이 해프닝을 통해 엄마, 아빠가 아이의 이야기를 지어내는 욕구를 글로 쓰게 이끌었으니까 이것도 그다지 큰 손해는 없다.
학교에서 돌아 와서 열심히, 잊어버리기 전에 아빠에게 들려 줄 이야기를 쓰고 있는 아이의 그림이 참 사랑스러워보인다. 이렇게 시작하는 건가 보다. 작가로서 이제 첫 발을 떼기 시작한 아이에게 기대를 하게 된다.
아이의 재능을 그냥 썩히게 하지 말고 이끌어 줄 수 있는 눈을 키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