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 내가 좋아하는 겨울이여서 읽어 본 책이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그림책에 빠지지 않는 풍성하고 환한 눈 그림이 너무 기분좋다. 실제로 만지면 소름끼치게 차갑겠지만 그림 속의 눈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포근하고 폭신폭신해 보이는지…눈 위에 벌렁 누워서 놀고 싶다.
톰텐은 농장을 지키는 밤의 요정이다. 이 책 속의 톰텐은 나이가 많아서 하얀 수염이 나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우리 나라 옛 이야기에 부엌을 지키는 귀신이나 집을 지키는 귀신처럼 외국의 동화에는 집을 지키는 요정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이 톰텐이 있는 농장에 배고픈 여우가 눈 위에 어지러운 발자국을 남기면서 나타나서 어른대다가 암탉을 눈을 빛내며 본다. 그 때 톰텐이 여우에게 다가와서 자기의 죽그릇을 내민다. 암탉을 훔치지 말라고 하면서…
톰텐의 죽은 농장의 아이들이 채운다. 아이들은 톰텐을 본 적은 없지만 톰텐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죽그릇에 죽을 채우는 것 같다.
추운 겨울 까치들을 위해 감나무의 감을 다 거두지 않는 우리 옛 어른들처럼 이 책에도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 농장까지 내려온 여우에게 자기 죽을 나눠주는 마음 착한 요정이 나온다. 이런 마음은 시대나 지역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느끼는 마음인 것 같다.
이 책은 꼭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그림이 멋지고 사실적이여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폭신한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어슬렁 거리는 여우의 피곤함이 그림에 잘 묻어나서 암탉을 쳐다보는 여우가 밉기 보다 가엾게 보인다.
오두막 안의 밝은 불빛 속에서 아이들은 재밌게 이야기를 하는지 웃고 있고 차가운 어둠 속에, 창 밖에 여우가 보인다. 오두막 안의 환함에 비해 여우가 있는 곳의 캄캄함이 여우를 작고 초라하게 보이게 하는 것 같다. 겨울에는 환하고 반작거리는 것이 더 빛나 보이고 눈에 띈다. 공기가 싸늘하고 추워서 일까?
눈이 켜켜이 쌓인 지붕이며 나무가 왜 그렇게 부러운지…눈이 오면 특별할 것도 없는데도 아직도 아이들처럼 눈이 기다려진다.
그림이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다.
아이와 각자 자기 상상을 얘기하면서 즐거운 오후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