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함이 웃음을 주는 책, 안젤리카.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다. 아주 커다란 얼굴로 반은 허리를 숙이고 있는 여자 아이가 주인공 안젤리카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크다고 나오는데 아기 때 그림은 좀 징그럽다. 아기 얼굴이 달덩이 같이 둥글고 덩치가 안고 있는 엄마보다 크기 때문이다. 조금 자라니까 덩치는 여전히 남들보다 훨씬 크지만 얼굴은 오히려 귀엽다.
안젤리카는 큰 덩치 덕에 힘든 일, 어려운 일에 빠진 사람들을 잘 도우면서 살아간다. 어느 날은 늪에 빠진 마차를 구한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늪의 천사’다.
그런데 벼락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곰이 자주 나타나서 마을 사람들의 식량을 빼앗아 가기도 하고 피해를 준다. 그래서 벼락을 잡는 사냥 대회가 열린다. 많은 남자들이 모이는데 거기에는 안젤리카도 있다. 남자들은 집에서 빵이나 굽고 청소나 하라고 비웃지만 안젤리카만이 끝까지 남아서 곰과 싸워 이긴다. 안젤리카가 여자라고 비웃던 남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누르고 벼락까지 해치운 안젤리카가 자랑스럽다. 마음까지 착해서 교만하지 않아서 더 칭찬해주고 싶다.
벼락이와 엎치락뒤치락 싸우는 장면의 그림들이 익살스러워서 재미있다. 벼락이와 함께 호수에 빠졌는데 호수의 물을 다 마셔버린 것, 벼락이를 하늘에 던져 버린 것, 회오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 등이 신화 속이 힘 센 헤라클레스가 떠올라서 신기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벼락이가 죽은 것을 알고 나서 벼락이 옆에서 모자를 벗고 벼락에게 칭찬의 말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비록 인간들에게 피해를 준 동물이지만 살아 숨쉬던 생물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안젤리카의 모습에서 생명 존중의 정신이 느껴진다.
벼락이는 밤하늘에 별이 되어 남았다고 하는 마지막 이야기도 아이들에게 흥미의 대상이다. 큰곰자리를 찾아 보겠다고 벼르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추운 밤에 창문에 붙어 서 있어야 할 일이 조금 미루고 싶어진다. 오늘은 발꼬락이 시려울 만큼 추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