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불에 애착이 있는 아이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36 | 글, 그림 케빈 헹크스 | 옮김 이경혜
연령 5~5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6년 11월 10일 | 정가 11,000원
수상/추천 칼데콧상 외 3건
구매하기
내 사랑 뿌뿌 (보기) 판매가 9,900 (정가 11,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 이불에 애착이 있는 아이라면

우리 집 큰 아이에게는 뿌뿌같은 연두색 이불 하나가 있다.
지금 큰 애가 일곱살인데 아직도 그 이불을 덮고 잔다. 발이 나오고 많이 빨아 낡아졌는데도 그 이불만 고집한다. 그래도 일곱살이 된 지금은 발이 이불 밖으로 나오니 예쁜 공주가 그려진 분홍색 이불이 갖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섯살때는 오웬처럼 집 안 곳곳에 이불을 가지고 다녔었다. 오웬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화장실과 집 밖에는 가지고 않는다는 것.

큰 아이 다섯살때 추운 겨울이 되었는데도 다소 얇은 그 이불만 고집하자 적쟎게 고민이 되어 이불에 관한 동화책 없냐고 주윗분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조각이불’과 ‘내 사랑 뿌뿌’를 소개받고 부리나케 서점에 달려가 앞 장만 읽어보고 구입했었다.

오웬에게는 노랗고 보드라운 담요친구 뿌뿌가 있다. 뿌뿌를 방 안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심지어는 철봉에 매달려서도 늘 가지고 다닌다. 부모님도 다 큰 오웬이 걱정이 되었지만 별 수가 없다. 마침 옆집 사는 족집게 아줌마가 요술담요 비법 들어보았냐고 하며 알려준다.

족집게 아줌마가 알려준대로 오웬에게 자기 전 머리 맡에 뿌뿌를 놓고 자라고 말한다. 요술담요가 뿌뿌를 데려가겠지만 대신 커다란 선물을 줄 것이라고… 하지만 오웬은 잠옷 바지 속에 뿌뿌를 집어넣고 잔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요술담요는 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부모님은 뿌뿌가 낡고 더럽다고 말해보지만 오웬의 뿌뿌 사랑도 만만치 않다. 오웬은 뿌뿌가 대장놀이할때 망토도 되어주고, 숨기에도 딱이고, 미용실 갈때나 치과에 갈때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 딸 어렸을 적을 떠올려보니 소꿉놀이할때 테이블보로 사용하거나 돗자리로 사용했고, 숨바꼭질 할때 숨을 곳이 없으면 꼭 이불 속에 숨었다. 그리고 식사시간에 꼭 방석대용으로 사용했었다.

오웬이 이불을 ‘뿌뿌’라 지어준 것을 보니 친구나 가족처럼 느껴졌나 보다. 보드랍고 푸근한… 긴장이 되는 자리에 가서도 뿌뿌가 곁에 있으면 안심이 되니 말이다.

어찌되었든 첫번째 비법이 실패로 돌아가자 족집게 아줌마가 이번에는 식초 비법을 알려준다. 오웬이 가장 좋아하는쪽을 식초를 묻힌다. 이번에도 안 통하네? 뿌뿌를 모래상자 속에 문지르고 마당에 파 묻었다가 다시 파낸다. 이것도 실패.

다음엔 부모님도 어쩔 수 없어 무조건 안된다고 한다. 꺼이꺼이 울어버리는 오웬, 도통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마음 아파하고 오웬을 다독거려주던 엄마는 멋진 생각을 하게 된다. 뿌뿌를 작게 잘라 손수건을 만들어주며 말한다.’자, 이걸로 눈물을 닦으렴’ ,’ 이걸론 코를 풀고…..’.

이제 오웬은 어디를 가든지 뿌뿌 손수건을 들고 다니게 된다. 그런데, 참 이상하네. 그리도 아낀 담요를 잘라 손수건을 만들어주면 싫어할텐데… 원래 이불에 애착이 있는 아이들은 이불을 질질 끌고 다니는걸 좋아하는데 말이다. ‘찰리브라운과 스누피(피너츠)’에 나오는 라이너스도 이불을 무지 끌고 다녔다. 얘한테 그 좋아하는 이불을 손수건으로 만들었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러니 오웬은 족집게 아줌마 말대로 이제 다 큰 것이다. 철도 들고…

무조건 낡은 담요를 뺏지 않고 아이를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낸 엄마와 손수건으로 ‘짜자잔’변신이 된 뿌뿌를 반긴 오웬에게 박수를…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우리 큰 아이에게 ‘우리도 한번 이렇게 해볼까?” 했더니 대뜸 “싫어!”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래서 다섯살 여섯살 그 두해를 연두이불과 계속 함께 하게 되었다. 일곱살인 올해 들어서야 조금 철이 들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