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제목부터 아주 심술궂게 읽습니다.
목에 잔뜩 힘을 주고 인상까지 쓰고서 말입니다.
아이는 뭔가 싶어 곁으로 바싹 다가앉습니다.
그리고는 합창하지요.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그렇게 시작한 책읽기는…그러나 내용이 만만치 않군요.
글이 많다는 뜻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이 상아를 자꾸 잘라가서 살아남지 못할거라고 걱정하는 코끼리를 시작으로, 바다의 오염을 걱정하는 물개, 물 부족을 염려하는 두루미, 숲의 훼손으로 생존 위협을 받고 있는 호랑이, 따뜻한 털옷을 위해 잡혀가는 북극곰까지…
이토록이나 이 땅의 심각한 문제들을 작가는 참으로 천연덕스럽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자신은 전혀 웃음기없는 얼굴로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개그맨들처럼요.
아이는 웃고, 저는 가슴 찔려하면서 읽었습니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라주길 바라며 시작한 책 읽기가 요즘은 이렇듯 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생각할 거리를 자꾸 던져줍니다.
아이에게 이런 부분들도 얘기해줘야 겠구나. 하는 욕심도 자꾸 생깁니다.
참으로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남들이 좋다하여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구입한 책에 그만 반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