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주변은 야트막하기는 하지만 산도 있고 나무가 많아서 요즘같은 계절은 눈이 호사를 누릴 수 있어서 좋다. 집 앞에 펼쳐지는 나무들의 패션쇼가 화려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다양한 색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자연의 순환이나 질서가 놀랍기만 하다.
숲은 어떻게 만들어지냐고 누군가 물어 본다면 할 말이 없어 빈 손만 비벼대거나 엉뚱한 답을 하거나 단답식으로 말하고 그 자리에서 도망칠 것 같다. 그런 우리들에게 이 책은 참 친절한 도우미다. 그림과 글로 숲의 성장을 보여 준다.
숲이 시작될 때는 아직 들판이라서 그 곳에 숲이 들어설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 곳에 씨앗이 바람에 날려 와서 잡초들이 자라고 검은 딸기같은 식물이 자란다. 오년이 지난 여름 그 곳에는 스트로부스 잣나무가 자라기 시작한다. 이 나무를 개척자 나무 라고도 하는데 처음 시작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즈음, 들판의 새들이 수풀의 새로 바뀐다. 이십 년이 흐르면 온통 작나무가 퍼진다. 햇빛을 가려서 잡초나 어린 잣나무는 죽게 된다. 다시 십오 년이 흐르면 나무가 빽빽해진다. 가장 튼튼한 나무들만 남게 된다. 잎이 넓은 나무들로 종류가 바뀌게 도는데 이것을 ‘천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 배웠겠지만 왜 지금은 기억이 안 나서 처음 듣는 것 같은지…나의 무식이 한탄스럽다.
팔십 년이 지나면 잣나무는 없고 참나무, 단풍 나무, 회나무가 자란다. 이쯤되면 숲이 완성된 걸로 생각했는데 이맘 때는 숲이 자라는 중간 단계라고 한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인내해야 숲을 이루게 되는지 다시 잘 새겨야 될 것같다. 하루 아침에 숲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진짜 오랜 시간 공을 드려야함을 새삼 알게됐다.
백 년이 되면 너도 밤나무, 설탕단풍 나무들이 자라고 백오십 년이 되면 이 나무들이 숲의 왕이 된다고 한다. 이렇게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숲이 되는 것을 인간이 파괴할 때는 얼마나 짧은지…반성해야 한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베어나가는 나무나 산이 깍아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하느냐가 우리의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를 따진다면 보존에 더 무게가 실려야 할 것 같다.
늙은 나무는 죽고 새로운 어린 나무가 그 자리에서 자란다. 사람과 똑같은 순환을 하는 것이다. 나무는 살아있다. 살아 숨쉬는 존재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초록색 종이에 숲에 대해 다하지 못한 말들이 적혀 있다. 읽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무는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