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고 슬기롭게 문제를 풀어간 아이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문열 씨의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 생각났다. 학교,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 억압이라는 소재가 같기 때문이다. 다른점이라면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에서는 문제의 해결을 당사자인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인 선생님이 주도적으로 한 것이고 이 책에서는 아이들의 힘으로 풀어낸 점이다.
배가 고프지만 가난하고 힘이 센 압델은 내가 먹는 점보 쵸코빵을 계속 뺏어 먹는다. 소심한 나는 속으로 ‘압델은 가난하니까 나누어 먹는 게 좋아’라고 변명을 하면서 주고 있지만 자기도 배가 고파서 괴롭다. 그래서 어느 날 부터인가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점보 쵸코빵을 포기하고 크루아상을 두 개 사서 하나는 압델에게, 하나는 내가 먹는다. 친구들에게도 말하지도 어른들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끙끙대는 나도 안됐고 친구 것을 뺏어 먹는 압델도 안 됐다.
어느 날, 피에릭이 이 사실을 알고 압델에게 “도둑 같은 자식아”라면 나의 빵을 먹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다음 날, 행복하게 점보 쵸코빵을 사와서 먹으려다 압델과 눈이 마주치자 도저히 넘어가지 않는다. 나는 압델에게 나눠 먹자고 하지만 압델은 거지인 줄 아냐고 한다. 너도 뭘 나눠주면 되지 않냐는 나의 말에 압델은 자신은 아무 것도 줄 것이 없다면서 눈물을 흘린다. 아이들이 참 조리있게 말도 잘하고 배려도 잘 한다. 압델을 보고 빵을 못 넘기는 나의순박함과 착한 마음이 너무 귀엽고 예쁘다.
그 후 압델은 선생님과 의논한 다음 토요일에 금색 주전자와 예쁜 컵을 학교에 가져와서 아이들에게 박하차를 끓여 준다. 차를 따르는 압델의 상기된 얼굴과 기대에 가득 차서 줄서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귀엽다. 압델은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 행복할 것이다. 압델과 피에릭과 나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마지막 그림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초등학교 때 할머니와 살던 친구가 생각난다. 내가 신나게 동네를 누비면서 놀고 있을 때 그 친구는 깍두기를 담그고 있었다. 그 때 나는 아무 것도, 아무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재미있겠다고 생각하고 집에 와서 엄마한테 나도 깍두기 담는 거 해보고 싶다고 졸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생각하면 참 부끄럽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배울 수 있어서 좋은 책이다. 나를 작아지게 하고,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커지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