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에서 살다보면 전쟁을 치르지 않고는 안 될 때가 더 많다. 작은 전쟁이든 큰 전쟁이든 인간 세상에 전쟁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할 수록 이상하게도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그건 우리의이기심과 욕망이 너무 강하고 크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싸움이나 전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을 통해서 잘못된 점을 고치기도 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싸움, 전쟁이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하는 방법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유능한 지휘관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하는 말처럼 상대가 지쳐 쓰러지거나 막다른 골목으로 끌고 가는 건 올바른 방법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는 악에 받치고 더 큰 증오와 미움을 키워 다시 그만큼의 힘으로 나를 공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유능한 왕자가 나온다. 정작 전쟁에는 관심도 없어서 나무 위에 앉아 있기만 하던 파비앙왕자인데 전쟁을 끝나게 하는 해결사가 된 것이다. 전쟁에 관심이 엄청 많았던 쥘 왕자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죽게 되고…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살아보아야 알 수 있는 게 인생이고 끝까지 살아도 알 수 없는 것도 인생이다.
목적도 이유도 없이 미친듯이 전쟁만 하고 있는 답답한 빨강과 파랑 두 나라가 어리석어 보인다. 그게 혹 우리들의 모습은 아닌가 반성도 해 보았다. 우리도 아무 쓸모없는 일에 핏대를 세우면서 싸우느는 경우가 많다. 지나고 보면 아무일도 아닌 것을, 그 당시는 왜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지..답답한 일이다.
파비앙 왕자같이 현명한 사람이 있다면 세상에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전쟁은 없어질 텐데 그런 현명함을 가진 사람을 찾기도 힘들고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줄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
노랑 나라와의 전쟁을 기다리다 지쳐서 한 마을 사람같이 모여 있는 빨강, 파랑 국민을 보면서 인간의 어리석음과 단순함에 쓴웃음이 나왔다. 파비앙 왕자는 자기 나라를 떠나서 노랑 나라의 왕이 된다. 노랑 나라는 파비앙이 왕으로 있을 때 전쟁이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책 표지에서 우울한 얼굴로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사람이 파비앙 왕자다. 표지 그림이 너무 무거워서 아주 심각한 내용의 전쟁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이다. 깔끔하게 정리 되는 책이다. 전쟁이 사람을 무지하게 만들지만 또 그로 인해 지헤로운 사람도 드러나게 되니까 같은 샘이다.
하지만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쟁은 익숙한 것을 파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한다. 평화로운 세상이 오래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