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의 친구 중에는 아주 얄미운 아이가 있다. 자기 것은 싹 감추고 다른 아이의 장난감만 갖고 놀려고 하고 자기의 새 책이나 장난감은 절대 못 만지게 한다. 자기 것 중에서 너덜너덜해지거나 낡은 것은 선심 쓰듯이 같이 갖고 노는 아이다. 그 아이를 딸아이는 왜 그렇게 좋아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책에 나오는 프란츠의 친구, 가비도 만만치않은 아이다. 친구에게 이상한 선물만 하는 가비가 너무 심했다. 핀이 망가진 배지, 너덜너덜해진 샤워 모자, 녹이 슨 양철 개구리…대체 이걸 어떻게 하라고 주는 것인지. 이런 걸 주는 사람들의 심리는 몰까 궁금하다. 그래도 프란츠는 마음도 좋다. 이런 아이를 제일 친한 친구라고 옆에 붙여 주고 있으니.
크리스마스 선물로 프란츠가 갖고 싶은 것은 돛단배다. 그런데 엄마 장농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인형 부엌이다. 프란츠는 심술이 나서 엄마 선물로 사려고 모아 둔 돈으로 자기가 돛단배를 산 버린다. 알고 보니 엄마 장농 속에 있던 선물은 가비의 것이였는데..프란츠는 마음이 바쁘고 후회로 가득차게 된다. 엄마를 원망하면서 자기가 갖고 싶은 선물을 자기 돈으로 이미 사 버렸으니…얼마나 뻘쭘한 상황이 되어 버렸는지…프란츠에게는 괴로움이지만 그런 프란츠의 난처한 입장에 웃음이 나온다.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은 그런 마음, 실수는 하기 마련이다.
프란츠는 이 상황을 할머니의 도움으로 아주 멋지게 해결해버린다. 결국 모두에게 공평하게 선물이 돌아가게 되는 지혜로운 선물 증정이 된다. 멋쟁이 할머니다. 아빠가 돛단배를 그렇게 마음에 들어하는 게 다행이다. 어른이라서 별로 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나는 걱정을 했었는데.
가비는 프란츠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도 시시한 걸 골라놨지만 영리한 프란츠는 선물을 미리 알아차리고 바꿔버린다. 그 결과 프란츠는 멋있는 시계를 받게 된다.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는 가비가 너무 고소했다. 친구에게 그렇게 인색하게 구는 아이는 너무 얄밉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자기가 한 대로 똑같이 해주고 싶다. 그래야 친구의 마음이 어땠는지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기분 좋은 책이다. 친구간의 예의를 배울 수 있는 책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