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눈을 반짝거리면서 자기 꿈을 말하는 아이들이 참 대견하다. 아이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어른들보다 활짝 열려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부럽다. 나는 어릴 때 꿈이 무엇이었나? 아주 어릴 때믐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화가 였고 좀 커서는 디제이 였다. 그리고 나서는? 별다른, 꼭 무엇이 되어야 겠다는 꿈을 꾸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닌 그냥 나 자신인 건직도 모르겟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내가 싫거나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나 지신으로 올바르게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도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메뚜기는 자기 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여행을 시작한다. 그 길위에서 메뚜기는 다ㅑㅇ한 동물들을 만나게 된다. 아침만을 사랑하다는 편협한 딱정벌레를 시작으로 자기 중심적인 모기, 언제나 같은 규칙 대로만 움직이는 나비 세 마리, 자기 잣대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잠자리…하나같이 답답한 인물들이다.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 갇혀서 옴짝달싹도 하지 못 하고 있는 인물이고 그러면서 자기와 같지 않은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는 ‘우물 안 개구리’들이다. 자기들이 그렇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은 행복할 것이다. 많은 이들을 만나고 여행을 하는 메뚜기는 이들의 삶이 결코 부럽지 않다. 왜냐하면 나비들이 매일 이 자리에서 메뚜기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을 때, 분명하게 거절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자기 만의 방을 만든 이는 칭찬받아야 하고 노고의 대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아직도 숲이나 바다에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얕보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 나비와 잠자리는 그런 대표적 인물이다. 잠자리도 메뚜기에게 ‘날 수 없어서 안 됐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메뚜기는 그런 말에 전혀 굴복하지 않는 당당함이 있어서 멋지다.
메뚜기는 천천히 길을 따라 걷는 것이 행복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사람은 가장 빛나 보인다. 지금 내 자리에서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내가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해주는 책이다.
“아침이면 길은 여전히 있고 길을 따라가면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