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해봐. 뭐가 들었을까?
이 책은 평가가 엇갈리는 책이다. 가만 보니 무서운 책들을 아직 많이 접해 보지 못한 분들은 ‘무섭다’에 한표. ‘여우누이’나 ‘달구와 손톱’같은 약간 무서운 책을 읽어 본 사람들은 ‘무섭지 않다’에 한표를 던지는 것 같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
이 책은 무서운 기분을 느끼게 한다기보다 쥐가 떠올리는 상상이나 혼자 놀라 무서워하는 몸짓이나 표정등이 아주 잘 그려져 있다. 빨간색 상자나 붓터치가 오싹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흔들리는 모습 곧 무언가가 튀어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을 잘 표현해 놓았다.
초록색 쥐가 빨간 상자를 발견하고 뚜껑이 들썩거리는 것만 같아 이상하게 생각한다. 상자가 마치 커다란 입술처럼 보이네. 언뜻 보이는 줄무늬때문에 상자 속에 얼룩말이 포개어 들어가 있는 것만 같다. 상자 앞에 삐져 나온 긴 발톱 때문에 사자가 나가고 싶어 울부짖는 것만 같다. 혼자 갖은 상상을 하며 으스스 떠는 쥐.
번쩍이는 눈 때문에 부엉이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부엉이 눈 표현을 쥐가 귀엽게 표현한다. 뭐가 들었나 궁금하여 상자 위로 가까스로 올라가 보았는데 긴 꼬리가 보이네? 악어일까? 뭘 잘못 건드렸는지 상자가 넘어가 그 실체가 드러난다. 그건 바로 고양이! 쥐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 하는 고양이가 상자 속의 실체였구나? 줄행랑을 치는 초록쥐. 쥐가 상상한 것보다 최고로 쥐한테는 무서운 것이었다.
쥐가 동물을 상상할때마다 똑같이 표현해내는 모습이 재밌다. 포개져 있는 얼룩말을 상상할때도, 울부짖는 사자를 상상할때 똑같은 포즈로 흉내낼때도 그렇지만 악어 꼬리를 그릴때 쥐의 꼬리도 계단식으로 흔들흔들 실감나게 표현한게 이야기를 무섭지 않고 웃으며 볼 수 있다.
뭐가 들었지?하며 똑같이 아이들에게 물어보자.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알맞은 책이다. 따뜻한 느낌은 들진 않지만 박은영씨 특유의 주조색(초록, 빨강)으로 동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책이다. 반복적인 말과 뭐가 들었나 상상해 보게 하는 것 때문에 4세 이하가 보면 좋을 책이긴하나 우리 아이들은 커 버린 지금도 가끔 재밌게 꺼내어본다. 뭐가 들었을까? 앞 발을 턱에 괴고 골똘히 생각하는 초록쥐가 귀엽다.
숨바꼭질처럼 예상하고 있긴 하나 어디서 누가 숨어있는지 모를 상황에 “야~”하며 깜짝 놀래켜 본 적 있거나 놀래본 적 있는지… 깜짝 놀라서 간담이 서늘한 느낌이 들었지만 재밌어서 “또! 또!”를 외치게 되지 않는가? 유아들이 그림을 보고 무서워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재밌어서 또또를 연발하게 될지 모른다.